MRI검사로 자세한 병변 분석을
수술은 경험 많은 의사에 맡겨야

진료실로 찾아온 수많은 여성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증상은 생리통이다. 생리시기와 연관해 발생하는 하복통, 골반통이 대표적이지만 생리주기 때 정도가 심해지는 요통, 다리 저림도 있다. 이밖에 배변통, 배변통, 배뇨통, 성교통, 밑이 빠질 것 같은 통증, 어깨 저림까지 다양한 증상들을 토로한다. 이러한 통증의 주요 원인은 심부자궁내막증 때문이다. 하지만 전국 유명한 병원의 산부인과를 찾아가도 심부자궁내막증을 진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심부자궁내막증은 자궁내막 세포가 나팔관을 통해 골반의 여러 장소에 뿌려지고 주로 난소, 직장과 자궁경부 후벽, 자궁경부 뒤의 인대, 직장, 방광 등에 자리 잡아 주변 조직을 파고들면서 염증과 출혈, 유착을 일으켜 침범된 장기나 신경 부위에 따라 특징적인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환자의 난소에 피가 고여 물풍선처럼 커지면 초음파 검사를 통해 난소의 자궁내막종을 진단한다. 혹은 직장이 심하게 유착된 것을 확인한 뒤에서야 심부자궁내막증이 유착 뒤에 깊숙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초음파로 진단되지 않는 심부자궁내막증을 앓고 있는 환자 수는 국내 1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일반적으로 생리시기와 관련은 있지만 진단되지 않는 심한 통증은 심부자궁내막증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통증의 원인은 난소의 자궁내막종이 아니라 초음파나 CT 검사로도 진단되지 않는 자궁경부 후벽과 직장 사이의 깊은 공간에서 발생하는 심부자궁내막증이다. 난소 자궁내막종 수술 중 병변이 발견되더라도 수술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유착 박리 후 요관, 신경, 혈관, 직장 등 다양한 중요 장기를 손상하지 않고 박리 하는 동시에 얽히고설킨 병변을 완벽히 제거할 기술과 경험이 없거나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자 스스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극심한 통증이 느껴지면 반드시 심부자궁내막증, 선근증을 먼저 의심해봐야 한다.

특징적인 통증이 있다면 심부자궁내막증 병변의 위치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이후엔 금식 등 다양한 준비 절차를 거쳐 질식 초음파 검사로 질, 자궁천골 인대, 자궁경부 후벽, 직장 질간의 병변, 자궁과 직장 사이 유착 유무, 방광과 직장의 병변 등을 목표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

만약 심부자궁내막증 병변이 의심된다면 MRI검사로 좀 더 자세한 병변의 유무 및 상태에 대한 분석을 시행한다.

수술을 결정했다면 심부자궁내막증 병변을 완전히 제거하고 치료할 수 있는 경험과 기술을 가진 의사에게 수술을 맡긴다. 이러한 과정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오랫동안 괴롭히던 요통, 다리 저림 증상은 수술 다음날 즉시 사라지고 생리와 연관된 통증들도 사그라진다. 사실 아직까지 국내 대도시에서도 초음파로 심부자궁내막증을 진단할 경험을 가진 산부인과 의사가 매우 적다. 이를 보완하고자 그동안 초음파 검사로 심부자궁내막증 병변을 진단하는 분야만큼은 가장 앞선 나라인 프랑스나 브라질 등에서 전문가를 찾아가 훈련을 거듭해왔다.

오랜 기간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치료는커녕 제대로 된 진단조차 받지 못했던 전국의 많은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큰 보람을 느낀다. 그중에서도 수술 후 퇴원하는 환자들이 “선생님, 원인 없는 통증은 없군요”라고 했던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렇다. 세상에 이유 없는 통증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