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헛돌고 있다. 장관임명 강행 논란과 국민의당 `문준용 의혹제보 조작` 사건이 뒤엉키면서 여야 정당들의 강대강(强對强) 대치 속에 인위적 `정계개편` 음모론까지 불거지는 상황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잠시 불던 훈풍은 종적을 감췄다. 여야를 불문하고 `협치가 시대정신`이라던 대의(大義)는 어느새 실종됐다. 국민들의 눈길이야 아랑곳없이 무한 권력다툼에 함몰된 정치권 풍경이 해묵은 3류 영화처럼 뻔뻔스럽게 흘러간다.

국회에 접수된 지 한 달이 넘도록 표류하고 있는 일자리 추경안이 문제다. 민주당은 7월 국회에는 반드시 처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3당이 추경안과 인사청문회 등을 연계시키며 `보이콧`을 유지하고 있어 길이 막혀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임명에 반발하며 안보 사안 외의 모든 국회 일정을 거부해왔고, 국민의당도 `문준용 의혹제보 조작` 국면에서 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머리자르기` 발언에 격앙돼 살차게 토라진 상태다.

국회법 85조에 따르면 의장은 지정한 기일 내에 안건 심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본회의에 안건을 부의할 수 있다. 하지만, 전례가 없고 요건도 까다롭다. 천재지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의장이 함부로 쓸 수 해법이 아니다.

여야 경색국면에서 가장 이해가 가지 않는 정치현상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무차별 언행이다. 아직 전모가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문준용씨 증거 조작` 사건은 일단 전적으로 `국민의당 잘못`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집권당의 대표가 “대선 조작 게이트는 북풍 조작에 버금가는 것”이라며 날을 세우고, “미필적 고의 의혹이 짙다”며 형사책임론까지 거론하는 등 험구(險口)를 연일 쏟아내는 것은 품격부터 맞지 않는다. 특히 뚜렷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안철수·박지원 전 대표 연루설을 주장한 것은 `정계개편 노림수`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가혹한 칼질이다. 청와대나 총리실, 당 원내지도부 모두 추 대표가 논란을 일으킬 때마다 푸념만 할 뿐 나서는 이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굳이 배경을 찾자면 80%를 넘나드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떠오르지만 지금 결코 오만방자의 패덕(悖德)을 답습할 때가 아니다.

정치권은 `협치의 정신`을 다시 추슬러야 한다. 국민들의 피폐한 삶을 개선하기 위한 시급한 현안을 더 이상 정쟁의 희생물로 짓밟아서는 안 된다. 청와대와 여당이 먼저 겸허한 자세로 타협의 여지를 만들어야 한다.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마음대로 하라`는 허락으로 읽는 것은 위험천만하다. 야당 또한 작금의 끈질긴 어깃장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냉정하게 되짚어보아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