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찬<br /><br />김천대 교수
▲ 김동찬 김천대 교수

모든 인간은 열등감을 가지고 태어난다. 목표는 항상 현실보다 더 높은 곳에 존재하기 때문에, 이룰 수 없다는 좌절감에 눌려 항상 열등감으로 괴로워하게 된다. “나는 왜 안 될까?”라는 욕심을 우선적으로 내려놓지 않으면, 문제 해결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마음속에 존재하는 열등감을, 누구나 비슷하게 느끼고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려줌으로써 열등감으로 시작되는 모든 집단 따돌림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으로 단절되고 소외돼서 발생하는 집단 따돌림, 이른바 왕따 현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큰 사회적 문제이며 따라서 학술적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통상 기존의 연구에서는 사회적 단절로부터 오는 고통을 심리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심리학적인 면에서 주로 연구가 이뤄졌다. 그러나 사회적 고통도 엄연히 생물학적 현상이며, 동시에 육체적 고통과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어 단순한 심리적 현상이 아닌 뇌 신경과학적 접근 및 분석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육체적 고통 중 정서적 기능과 사회적 고통은 동일하게 뇌의 등쪽 대뇌 전두 피질과 전측 뇌섬엽 부분을 활성화 시킨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신경세포망의 공유는 두 가지 종류의 고통 사이에 밀접한 관계를 가지게 한다. 구체적으로 사회적 고통에 예민한 사람은 육체적 고통에도 예민하게 되며, 육체적인 고통을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키는 요인들이 사회적 고통에도 같은 작용을 한다.

최근 f-MRI나 PET의 등장으로 뇌 신경세포에 대한 실시간 연구가 가능해 고통과 신경세포 간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미국, 유럽 등의 대학 및 연구 기관에서는 융합 연구 집단을 이뤄 사회적 고통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많은 의문점들이 해소되고 있다. 앞으로 사회적 왕따 현상에 대한 의학적 심리적 치료 방법이 빠르게 개선되리라고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집단 따돌림 현상으로 기인한 우울증 연구 등 일부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도 사회적 고통이 주로 심리적인 현상으로 간주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날로 발전하고 있는 첨단 뇌 과학 연구 수준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고통에 관한 심리학과 뇌 과학 융합연구는 활성화되고 있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 청소년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소외 문제가 심각한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문제에 직접적인 치료 방법이나 예방 방법을 제시할 수 있는 융합연구가 조속히 활성화돼야 할 것이다.

캐나다 밴쿠버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 연구팀은 밴쿠버 인근 초등학교에 다니는 9~12세의 아동 40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4주간에 걸쳐 관찰했다. 한 그룹은 운동장이나 야구장, 쇼핑센터 등 기분 좋은 장소에 가도록 하고, 다른 그룹은 먹을 것을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거나 엄마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포옹하는 등 친절한 행동을 하게 했다. 이후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과 어떤 아이와 함께 놀고 싶은지 등을 물은 결과, 친절한 행동을 한 아이들이 행복감을 더 크게 느꼈다. 또한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았다. 연구팀의 킴벌리 소네르트 라이칠 박사는 집단 따돌림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행동에 대해 이번 연구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평가했다. 결국 친절한 아이가 왕따 당할 우려가 적다는 뜻이다. 교육 현장에서 부모들이나 학생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문제가 바로 집단 따돌림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집단 따돌림은 한 개인의 인격과 인성을 파괴할 뿐더러, 피해자에게 큰 실패감을 안겨 줘서 무기력하게 만들고 때로는 재기 불능의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왕따는 꼭 금지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