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을 해지하려는 고객의 요청을 회피하는 이동통신사의 `해지방어`가 도를 넘어 소비자에 대한 갑질 수준에 달했다는 원성이 일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통신 결합상품을 판매하면서 이용계약 해지를 원하는 고객의 계약해지를 막는 이른바 `해지방어` 업무와 관련해 통신사들을 대상으로 사실조사에 착수했다. 가입할 때는 버선발로 뛰어나오고, 해지 땐 오리발을 내미는 고약한 행태에 엄정한 조처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깊다.

방통위는 방송·통신 결합상품을 판매하는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등 4개 사업자를 대상으로 해지방어와 관련한 사실조사를 진행한다고 통보했다. 결합상품을 판매하는 통신사의 해지방어 업무와 관련해 사실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조사는 실태점검 과정에서 드러난 위법사항을 토대로 과징금, 영업정지 등의 시정명령을 전제로 진행되는 행정조치다.

`해지방어`가 이용자들에게 큰 불편을 가져오자 방통위는 지난 2015년 `결합상품 해지절차 개선방안`을 발표했으며, 올해 1월부터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이용자의 해지권을 제한하지 않도록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올 3월 실태점검에 나선 결과, 여전히 업계에서는 경품을 지급하는 등 해지방어를 해 온 것으로 나타나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실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최근 본지 제보에 따른 취재 결과, 이통사 가운데 특히 LG유플러스의 `해지방어` 행위가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지를 위한 ARS전화는 수십 번을 걸어도 연결이 되지 않다가 신규가입 버튼을 누르면 곧바로 전화를 받는 식의 얄팍한 행태를 보이는 등 고의적인 꼼수를 자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정이 만료되거나 다른 곳으로 옮기려는 고객을 대상으로 경품을 지급해 꼬드기는 것도 업계의 오래된 관행이 되어 있다.

방통위는 이번 조사에서 `결합상품 해지절차 개선방안`과 관련한 위반여부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방송·통신 단품 및 결합상품 경품의 허용 가이드라인은 초고속인터넷 단품의 경우 19만 원, 2종결합(DPS)은 22만 원, 3종결합(TPS) 25만 원, 4종결합(QPS) 28만 원이다.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은 정당한 사유 없이 과도한 위약금을 제안·부과하거나 추가조건 등을 제안해 이용자의 해지권을 제한하는 것을 금지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휴대폰은 현대인들의 모든 일정과 행위를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코 혼탁한 상술로 소비자를 울리는 소재가 돼서는 안 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국민들이 기대하고 있는 `통신비 인하 정책`에 못지않게 통신사들의 소비자 우롱 행태를 바로잡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가입`과 `해지`에서 소비자의 자유의지와 선택권이 충분히 존중되도록 개선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