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세 인상으로 사실상 결론
`휘발유보다 25% 비싸게` 등
10여가지 시나리오 도출

▲ 정부가 에너지 세제개편안 연구용역이 사실상 경유세 인상으로 결론났다. 사진은 25일 서울의 한 주유소. /연합뉴스

휘발유보다 싼 경유 가격을 인상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세제개편안 연구용역이 사실상 결론 났다.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으로 추진했던 수송용 에너지 상대가격의 합리적 조정방안 연구용역 결과 이러한 내용이 담긴 10여 가지 시나리오가 도출됐다.

현재 휘발유의 85% 수준인 경유 가격을 최소 90%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으로, 경유 가격을 오히려 휘발유보다 25% 비싸게 책정하는 방안도 담겼다.

사실상 정부가 경유세 인상으로 가닥을 잡은 모양새로, 담뱃세에 이어 서민 증세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5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국책연구기관에 따르면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내달 4일 에너지세 개편 공청회를 열고 에너지 세제개편안을 논의한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조세재정연구원·환경정책평가연구원·교통연구원·에너지경제연구원 등 4개 국책기관이 함께 진행한 에너지 세제개편 정부용역안을 발표하고서 관계기관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다.

용역안은 현행 100 대 85 대 50인 휘발유와 경유, 액화석유가스(LPG)의 상대가격 조정과 관련해 10여가지 시나리오별로 미세먼지 감축 효과는 물론 경제적 파급효과와 업종별 생산량 변화, 환경피해 및 혼잡비용 변화 등을 추정했다.

모든 시나리오는 휘발유 가격은 그대로 두되 경유 가격은 조정하는 것이 공통 내용이다.

`저부담 시나리오`는 현행 휘발유의 85% 수준인 경유 가격을 90%로 소폭 올리고 LPG는 그대로 50%로 두는 내용이다. `중부담 시나리오`는 경유를 휘발유와 동일한 가격에 맞추고 LPG도 65%로 올리는 것이다.

소비자 부담이 가장 급격히 늘어나는 `고부담 시나리오`는 휘발유 가격을 100으로 둘 때 경유는 이보다 25% 비싼 125로 올리고, LPG 역시 75로 높이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용역에 참가한 한 관계자는 “클린디젤이라는 것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경유의 상대가격을 내릴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경유가격 인하에 대한) 시뮬레이션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공청회에서 발표되는 내용은 용역 수행기관의 분석 결과일 뿐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한 뒤 세제개편에 반영할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기재부가 이같은 용역안을 토대로 오는 7월 말 발표할 세법개정안이나 별도 발표를 통해 경유세 인상안을 확정할 경우 담배세 인상 때와 마찬가지로 서민 부담이 급증하고 그에 따른 반발도 클 것으로 우려된다.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점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경유세 인상이 실효성은 거두지 못하고 서민 호주머니만 터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판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 발표된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에 인용된 국립환경과학원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통계(2013년 기준)를 보면 미세먼지 발생원은 국내가 아닌 국외 영향이 적게는 30%, 많게는 50%로 분석됐다.

최근 여름철로 접어들면서 미세먼지가 사라졌다는 점도 발생원이 우리 내부보다는 외부에 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담뱃세에 이어 서민 증세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는 대목이다.

경유세가 서민층의 부담을 상대적으로 가중하고 현 정부 조세정책 기조가 당분간 명목적인 증세는 없다고 밝힌 점도 담뱃세 인상 기시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다.

정부 관계자는 “공청회에서는 (연구용역 결과 나온) 10개 안을 모두 가지고 논의를 할 것”이라며 “정부가 임의로 안을 줄이거나 미리 정해놓은 것은 없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