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한동<br /><br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도 북한은 여러 차례 미사일 시험 발사를 단행했고, 대륙 간 장거리 미사일(ICBM)의 최종 로켓시험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는 북한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뿐 아니라 소위 세컨더리 보이콧을 통해 진행되고 있으나 그 효과는 미지수이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군사적 모험주의는 국제적인 여론이나 압력은 아랑곳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북한에 대한 직접적인 압력이나 제재가 없는 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대북 제재가 겉과 속이 다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중국 당국은 겉으로는 유엔의 결의에 동참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대북 제재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세계의 여론은 중국의 북한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나 제재를 바라지만 그 가시적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사실 북한 원유 수입의 90% 이상은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론적으로 보면 중국 당국이 약 50만 배럴의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을 중단하고, 대북 교역만 중단시키면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중국 동북 3성의 기업들은 대북 교역으로 상당히 재미를 보고, 그들 지역 경제의 발전에 활용하고 있다.

중국의 북한에 대한 제재가 이뤄지지 않는 근본적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기본적으로 북·중 간에는 아직도 튼튼한 전통적 `혈맹관계`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그들의 과거 국공 내전 시 조선인들의 동북 항일 연군 지원을 잊지 않았고, 그 보답은 6·25 전쟁 시 북한을 구하기 위한 의용군 파병으로 입증됐다. 중국이 미국의 아시아 대중국 포위 전략을 의식하는 한 현재의 북·중 관계는 유지될 수밖에 없다. 중국으로서는 `대미 항쟁`을 불사한다는 북한 당국의 태도를 내심으로 즐긴다고 볼 수 있다. 국제 학술세미나에서 만난 중국 관리나 학자들은 개인 차원에서는 북한 김정은 정권의 시대에 뒤진 리더십을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북의 입장을 현상유지라는 입장에서 항시 두둔한다. 단둥의 중조(中朝)우의 기념탑과 기념관은 이를 상징적으로 입증해 준다.

한편 북한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중국에 대해서도 `자주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자기들의 정권수립 후 중국군과 소련군을 서둘러 철수시켰다. 김일성이 주체사상을 통한 외세 배격 논리의 형식을 갖추기 위해서 였다. 물론 북한과 국경을 접해있는 중국군과 러시아군은 유사시 즉각적인 개입이 가능하다는 이점도 있다. 그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 이 연장선에서 북한 당국은 핵 주권론을 내세우며 중국의 느슨한 대북 압력이나 영향력을 수용하지 않을 수 있다. 한마디로 중국으로서도 북한 당국이 다루기 힘든 동맹자인 셈이다. 이 점 역시 중국이 북한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이나 제재를 가하기 힘든 또 다른 이유이다.

이 같은 정황이 미국과 유엔이 점차 강력한 대북 제재를 결의하더라도 중국이 겉으로는 동조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대북 제재에 미온적인 이유이다. 중국은 북핵이나 미사일 문제도 북한과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국이 6자 회담 복귀를 지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사드(Thaad) 배치 문제만 해도 중국은 한국에서의 사드 철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사드가 북한의 미사일 방어체제라고 강변하지만 중국은 미국의 대중 군사적 용도라고 강력히 반대한다.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 당국은 대북 제재보다는 오히려 한국에 대해 대대적인 경제 제재 조치를 단행했다. 이를 해결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대중 외교 최우선 과제일 것이다. 결국 우리도 비핵의 원칙과 대화를 병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