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와 외고 폐지 문제가 핫이슈로 등장하면서 중3 학생들이 대혼란에 빠졌다고 한다. 당장 10월이면 고교진학 입시 원서를 써야 하는 형편인데, 장차 폐지된다는 학교에 진학할 것인지를 두고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자사고와 외고를 단계적으로 재지정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자사고와 외고 폐지 움직임이 현실화 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도 자사고와 외고 폐지 방침을 밝혔고, 지방의 다수 교육청이 폐지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한다.

자사고와 외고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기도 해 폐지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대구시 교육청은 자사고, 외고 폐지와 관련, `자율적 판단`이 필요한 일이라고 밝혀 사실상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경북교육청도 이와 관련해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폐지 입장의 교육청 주장은 이들 학교 운영방식이 입시 학원화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당초 설립 취지와 달리 입시 위주 교육에 치우쳐 평준화 흐름을 막고 학교 간 서열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폐지 반대쪽 의견은 다르다. 자사고 등이 폐지되면 수월성 교육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과학고 또는 우수 일반고가 밀집해 있는 서울 강남 8학군과 같은 쪽으로 대거 몰릴 것이라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강남 8학군 지원을 위해 위장 전입하는 학부모가 늘 것이라고도 했다. 오세목 서울자사고 교장협의회 회장은 “서울 경기 등 일부지역의 자사고 등이 폐지되면 폐지되지 않는 대구지역 등으로 학생이 몰릴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면 더 좁아진 입시 관문 때문에 학생들의 입시 부담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동기 대구시 교육감도 “외고와 자사고를 폐지할 경우 인재의 외부유출 및 특정지역의 쏠림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따라서 “교육부가 관여하지 말고 교육청이 지역 실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판단하게 하면 좋겠다”고 했다. 자사고 등의 폐지는 초중등 학생을 둔 학부모와 자사고, 외고에 다니는 학생을 둔 학부모 입장에서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자사고 폐지 등의 정책이 가볍게 바뀌는 것에 대한 불만감도 있다.

특히 자사고 폐지 등의 움직임이 우리 교육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하향 평준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많은 게 사실이다. 교육의 평준화와 더불어 엘리트 양성에 대한 교육방법도 고민해 볼 문제라는 것이다. 교육이 정치에 휘둘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회적 합의를 이끌고 충분한 토론과 논쟁을 통해 합의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사고 등의 폐지는 지방화 시대에 맞게 교육청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신중한 접근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