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승 주

바다, 기쁨의 바다 설렘의 바다 그리움의 바다 슬픔의 바다

바다, 집중하는 바다 바다를 잊은 바다 유정한 바다 걱정의 바다 격정을 잠재우는 바다

바다, 사랑하는 가슴에 닿는 바다 천 갈래 만 갈래 심사에 닿는 바다

바다. 내가 보는 바다 그도 보는 바다 바다를 통해 그를 보는 바다 그를 통해 바다를 보는 바다

바다, 베란다의 주인이 커피를 마시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그리움 사람을 그리는 바다 커피를 마시거나 그리거나 그리운 사람을 그리는 베란다의 주인을 그리는 바다

바다를 여러 경우로 호명하면서 점점 심화시켜 나가는 반복과 점층의 시작법이 새롭다. 기쁨과 설렘과 그리움과 슬픔이라는 마음의 빛깔을 나열하면서 시인의 인식은 우리의 감정을 다양하고 더 깊게 확장시켜나감을 본다. 그리움의 대상이 어느 틈에 하나가 되어 있는 상황의 설정은 각기 다른 마음으로 바다를 바라보는 우리의 감정을 소상하게 읽어낸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