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정 구
강둑 위에도 들판에도
산벼랑에도
안개처럼 자욱이 피어 있었다
형산 갔다 오던 길
검문소 바리케이드 밑
아스팔트를 가리고 솟아나던 힘꽃
나는 놀라지 않았다
우리들 가장 가까이 피어
우리들 가장 머리 보이던 꽃
마침내 가슴마다 불을 질러
저 땅 끝까지 달려나갈 우리 모두
스스로 피어나는 들꽃이므로
들꽃처럼 살다간 시인 김정구의 세상을 바라보는 깊은 눈빛과 마음결을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그의 말솜씨는 그리 매끄럽지 못하고 외모도 투박한 모습이었지만 그의 가슴은 뜨겁고 그의 필치는 섬세하고 유려했다. 그의 순박한 인간미와 섬세한 감성, 무서운 정직성의 바탕 위에 쓰인 이 시는 어떤 어려움에도 꺾이지 않고 꼿꼿이 되살아나는 강한 들꽃의 생명력과 의지를, 그렇게 살아가는 민초들의 삶의 강단진 모습들을 느끼게 해 준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