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응 인

앞뒤로 이웃해 산다고

갓 찧은 햅쌀

문간에 두고 간 앞집 아지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찹쌀떡

제일 맛있는 고놈

한 골목 산다고 들고 온

정곡 아지매

익은 된장, 따끈한 팥죽

막 담근 김치 한 보시기

평상에 고이 놓고 간

지환이 할매

발자국 소리 듣고 자란

골목 은행나무는

빛나는 것들만 바닥에 깔아

여기가 세상의 중심인 양

표시를 한다

시골에서 시를 쓰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시인의 순박하고 따스한 심성이 잘 나타난 시다. 세상의 중심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가 집중된 도시, 삭막하고 인간미가 없는 서울이나 대도시에 있는 것이 아니다. 비록 없이 살아도 이 시에 나오는 아지매 할매들처럼 가진 것을 이웃과 나누고자하는 따스한 마음, 그 순수하고 정겨운 마음들이 오순도순 모여사는 곳이 세상의 중심이 아닐까. 잔잔한 감동이 밀려오는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