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 패배하자 세계 최고의 바둑 실력자인 중국의 커제는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길지 몰라도 나를 이길 수는 없다”고 장담했다. 그런 커제가 중국 저장(浙江)성 우진에서 열린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3전 전패를 했다.

작년 이세돌과의 대결을 지켜본 일반인들은 커제의 패배가 이세돌 때만큼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미리 예견된 듯한 결과를 보는 정도랄까. 커제는 “알파고가 지난해만 해도 사람 같았는데 이제는 `바둑의 신`이 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인공지능의 발전이 어느 영역까지 뻗칠지 아무도 예측을 못 한다. 인공지능의 발전이 인간의 한계를 극복해주고 인간에게 놀라운 선물을 줄 가능성은 크다. 그러나 그 대신 인간이 받아야 할 대가가 무엇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사피언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란 신작이 베스트 셀러에 올랐다. 인공지능(AI)과 인류의 공존을 다룬 주제가 독자들의 마음을 끄는 모양이다. 인공지능의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바둑 현장을 보면서 인간은 알파고의 미래 모습에 더 많은 흥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호모 데우스`란 사람을 뜻하는 학명 호모(Homo)와 신(God)을 뜻하는 데우스(Deus)의 합성어다. 그래서 `신이 된 인간`으로 번역을 한다. 이 책에서는 7만년의 역사를 거쳐 마침내 지구를 정복한 인류가 앞으로 무엇을 추구하며 어디로 가야 할지를 두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심리학, 생명과학, 종교 등에 이르기까지 최신 논문을 두루 섭렵한 저자의 박학다식한 지식이 그리는 인류 미래에 대한 설명이라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의 확장성을 바라보는 인간의 마음 한쪽에는 항상 인간의 한계를 우려한다. 과연 초능력적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올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커제의 말처럼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물에 우리가 신이란 이름을 붙여야 할지 고민스러워지는 순간이다. 의식은 없지만, 지능이 매우 높은 `알고리즘`이 우리보다 우리 자신을 더 잘 알게 된다면 다음 사회에서 인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각종 의문이 꼬리를 문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

    우정구(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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