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정상적인 나라를 만들겠다는 노력, 정상적인 대통령이 되겠다는 마음가짐이 특별한 일처럼 됐습니다. 정상을 위한 노력이 특별한 일이 될 만큼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심각하게 비정상이었다는 뜻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고 노무현 대통령 추도식 인사말에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렇게 선언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전날인 22일 문 대통령이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 감사를 지시해 파문이 일고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예민하게 반응했다. 일부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보수 진영에 대해 `갈라치기` 전략을 구사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이이제이(以夷制夷·외적으로 외적을 제압함)` 전략으로, 야권 내 친이·친박 간 갈등 구조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간 정책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비정상의 정상화`는 박근혜 정부가 사회 부조리와 잘못된 관행을 뿌리뽑겠다며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웠던 덕목이다.

지난 2014년 우리 사회에 잘못된 관행으로 굳어진 비정상적인 행태들을 뜯어고치겠다는 취지로 시작됐는데, 요란했던 시작과는 달리 지금은 사실상 폐기되고 말았다. 시행 초기에는 국무총리실이 주도해 중앙부처 평가 항목으로 25%를 반영하며 공직 사회를 독려했지만, 2015년과 2016년에는 평가 비중이 10%로 줄어들었고, 올해는 평가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 이유는 비정상의 정상화 과제 발굴이 추상적인데다, 국정 과제임에도 제대로 된 국정 철학이 담겨있지 않아 공무원 사이에 공유되지도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화두가 되고 있는 비정상의 정상화는 4대강 사업 보다는 `불통` 대신 `소통`, `권위` 대신 `탈권위`가 자리잡은 청와대 분위기에서 우러나온다.

특히 전임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청와대의 풍경은 확연히 다르다.

우선 대통령이 매일 아침 집무실로 출근을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공식 일정이 없는 날엔 하루 종일 관저에 머물렀다. 오전에 공식 회의나 행사 등에 참석하더라도 시간은 항상 오전 10시 이후였다.

반면 문 대통령은 매일 오전 9시 집무실로 출근해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박수현 대변인 등과 회의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매일 오전 당시 이호철 국정상황실장 등 핵심 비서관들과 일일상황점검 회의를 가졌다. 다만 노 전 대통령은 출근 전 관저에서 회의를 했다는 게 문 대통령과의 차이점이다.

대통령이 참모들이 일하는 비서동에서 함께 근무하는 것도 색다른 풍경이다. 문 대통령은 매일 아침 비서동인 여민1관의 3층 집무실로 출근한다. 비서동에서 500m 떨어진 본관 2층에 머물 경우 참모들과의 소통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도 비서동 집무실을 이용하곤 했지만 문 대통령처럼 매일 출근하지는 않았다. 대통령이 비서동 집무실에 머물기 때문에 참모들의 대면보고도 잦아졌다. 문 대통령은 수시로 참모들의 사무실로 직접 찾아가 궁금한 것을 묻고, 지시를 내린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통령의 얼굴을 1주일에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전임 정부와 확연히 대조적이다.

비서관 인선을 공식 발표하는 것도 달라졌다. 박근혜정부 청와대에선 실장·수석급의 임명 사실만 알릴 뿐 비서관 이하의 인선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대변인을 임명하는 경우만 예외였다. 이 때문에 기자들은 40여 명에 달하는 대통령 비서실 소속 비서관들의 임명이나 교체 사실을 비공식적 경로로 취재해 보도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역대 모든 정부가 청와대가 출입기자들에게 제공했던 비서관 리스트와 연락처마저 박근혜정부에선 제공되지 않았다.

여성인데다 배우자가 없었던 박 전 대통령과 달리 문 대통령에겐 영부인인 김정숙 여사가 있다는 사실도 `사람냄새 나는 청와대`로 자리매김하는 데 일조를 했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청사로 이전하고 대통령의 24시간을 낱낱이 공개하겠다고 한다. 비정상의 정상화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