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관측되기 시작
2015년엔 300마리 서식 추정
인공모래톱 조성 서식지 확장
관광객 위해 망원경 등 설치

▲ 안동호 모래섬에서 번식활동 중인 쇠제비갈매기.

“저기 하얀 새떼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네요. 이젠 안동의 명물이 될 겁니다.”

지난 19일 오후 안동댐이 축조된 선착장에서 뱃길로 10여분 거리. 호수 가장자리에 솟은 작은 모래섬(물이 빠지면 생기는 산봉우리) 주위를 고배율 망원경으로 관찰하던 안동시청 한 공무원은 이렇게 말했다.

섬 주위로 수십 마리씩 “삐빅, 삐빅” 소리를 내며 무리를 지어 날아다니는 주인공은 까만 정수리에 노란 부리, 하얀 몸통에 회색날개를 지닌 쇠제비갈매기였다.

이 새들이 처음 발견된 시기는 2013년 5월 중순께, 당시 안동호에서 고기를 잡는 어부들의 `하얀색의 제비가 무리 지어 날아다닌다`는 목격담이 소문을 탔다.

안동호를 서식지로 삼은 쇠제비갈매기의 개체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경북대 조류생태환경연구소가 이 섬을 조사한 결과, 2013년 50여개였던 둥지는 2014년 60여개, 2015년엔 80여개로 늘었다. 둥지 1개당 암수 2마리를 가정하면 150여마리. 여기에 부화된 새끼들까지 포함하면 300여마리 이상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안동시는 이 새들의 서식지 보호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새로운 관광지 개발 차원에서다. 시는 새들의 번식기인 5~7월까지 관공선을 동원해 서식지 주변에 선박 접근을 막고 있다. 기존 모래섬의 둥지 분포가 포화상태가 되자 2년 전엔 서식지 확장을 위해 근처 또 다른 섬 정상에 강모래를 채워 인공모래톱을 만들기도 했다.

올해는 쇠제비갈매기의 생태 환경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시설도 보강됐다. 시는 지난달 말 예산 5천만원을 들여 쇠제비갈매기 서식지 주변에 태양열 전지로 운영되는 이동식 CCTV와 인근 산봉우리엔 고배율 망원경도 설치했다.

우병식 안동시 도시건설국장은 “내륙에선 보기 드문 새들의 생태 영상자료를 과정별로 편집해 학계 및 관광객에게 제공하고 철새 도래지를 관찰할 수 있도록 전망대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 안동시가 쇠제비갈매기 서식지 인근 산봉우리에 설치한 고배율 망원경.              /손병현기자
▲ 안동시가 쇠제비갈매기 서식지 인근 산봉우리에 설치한 고배율 망원경. /손병현기자

◇낙동강 하구선 사라진 쇠제비갈매기

도요목 갈매깃과 여름철새(4~7월)인 쇠제비갈매기는 일본, 호주, 유럽 등 우리나라를 제외한 전 세계적으로 지정한 멸종위기종(種)이다. 바닷가나 강 하구의 모래 위에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르는 특성상, 천적이나 환경 변화에 취약해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학계에선 해변생태 환경 변화를 알아볼 수 있는 척도나 깃대종으로 쇠제비갈매기를 꼽는다. 국내 최대 서식지는 부산 낙동강 하구의 삼각주(三角洲)가 전국 80%를 차지한다. 그런데 이곳 쇠제비갈매기의 개체수는 해마다 급감하다가 최근엔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부산발전연구원이 2003~2015년까지 낙동강 하구에서 쇠제비갈매기 개체수를 조사한 결과, 2011년까지 연간 2천~7천여마리가 관찰되다가 2012년부터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2014~2015년엔 200여 마리만 관찰됐다. 알 숫자도 크게 줄었다. 낙동강 하구에서 4천~5천개씩 관찰되던 알은 2014년에 600여개로 줄다가 2015년엔 신자도 부근서 1개만 발견됐다.

쇠제비갈매기는 최근 안동호 외에도 경기도 시화호에서도 수백마리씩 발견되고 있다. 안동/손병현기자

    손병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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