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오래된 시장건물에 개성 입히니 활기 넘치는 참새방앗간 됐어요”포항 죽도시장 이색카페 `죽도소년`
김민정기자  |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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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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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업개시 3주 만에 SNS를 뜨겁게 달구며 젊은 층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포항 죽도시장 이색카페 `죽도소년`의 안팎 모습.
 

경북 동해안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포항 죽도시장의 다양한 먹거리가 최근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20~30대 관광객이 늘어나자 이들을 겨냥한 감성카페가 등장했다.

이달초 죽도시장3길 3-4에 `OPEN` 팻말을 내건 `죽도소년(竹島少年)`은 영업개시 3주 만에 SNS를 뜨겁게 달궜다. 인스타그램에 `죽도소년`을 검색하면 관련 사진만 130여장에 달한다. `나만 알고 싶은 죽도시장 귀퉁이`, `죽도의 쉼터`로도 통한다.

`죽도소년엔 소년(少年)이 없다`는 반전도 화제다. 한눈에도 어린 사내아이와는 거리가 먼 듯한 김희준<사진> 사장은 이미 불혹을 훌쩍 넘긴 40대 중반 남성이다. 비니모자와 검은색 안경을 쓰고 영화 `레옹` 주인공을 콘셉트로 내세웠다.

 

   
 

지난 6년간 포항 중앙상가 카페골목에서 커피집을 운영해온 그는 임대료 등 여러 여건상 가게를 옮겨야 했다. 마땅한 장소를 물색하던 중에 친한 친구와 그 부모의 도움으로 거의 `공짜`에 건물을 구할 수 있었다.

이후 직접 인테리어를 맡아 공사를 진행했다. 죽도시장이 지닌 따스한 느낌은 유지하면서 공간에 우아함을 덧입히고 싶었다. 건물 외벽 그림부터 내부 공간 어느 것 하나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김희준 사장은 “처음엔 여기도 한복집이었어요. 사실 이곳에 책방을 만들고 싶었는데 40년 이상 오래된 3층 목조건물이라 작업이 쉽지 않았습니다. 책 무게를 지탱할 만한 힘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결국 북카페(book cafe)로 계획을 변경했죠”라고 말했다.

 

   
 

예상보다 훌륭하게 공간이 완성됐다. 카페 1층 한쪽 벽면엔 책장을 세우고 그가 이미 읽었거나 혹은 지금 읽고 있는 책들로 가득 채웠다. 다른 한쪽은 음반이 차지했다. 액자와 소파 등 아기자기한 소품을 활용해 구석구석 아늑함까지 품었다.

2층은 잘 꾸민 가정집 거실 같은 분위기다. 자리배치가 낯설고 테이블도 몇 개 없다. 여럿이 함께이기보단 혼자 왔을 때 온전히 이 공간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형태다.

아직 문을 연 지 얼마 안 됐지만, 이 곳을 찾는 손님 대부분은 단골이다. 주말에는 관광객이 주를 이루지만 평소엔 인근 한복집사장, 근처 가게 상인들, 동네 주민, 지역 대학생, 주변 병원 간호사, 새마을금고 파출수납 직원까지. 참새 방앗간처럼 수많은 발길이 나고 든다.

물론 `텃새`도 있었다. 굴하지 않고 `젊은 상인`으로서 열정과 패기를 보였다. 음료수를 들고 찾아가 먼저 인사하고, 한창 카페건물 공사할 때는 시장구역 블록을 다니며 청소했다.

 

   
 

얼마 전엔 주변 한복집에서 작은 일거리를 도와주다 사다리에서 떨어져 팔 골절상을 입었다. 지난 몇 주간 깁스를 하고 다니면서 시장에 소문이 퍼졌다. 소년의 마음이 통했는지, 어른들은 금세 마음을 열었다. `죽도소년`은 시장 사랑방이 됐다.

김희준 사장은 “손님들은 중년(中年) 아니냐고 물어보지만, 시장 상인들 평균 연령을 따지면 저는 `소년`이 맞죠. 어르신들 눈에는 제가 얼마나 어리고 마냥 귀여울까요. 그래서 인사부터 열심히 했어요. 거기다 골목 여기저기 청소하면서 인심을 얻었고요. 지금은 주변 상인들 집집마다 집안사정까지 꿰뚫고 있어요”라며 웃었다.

관광객 반응도 뜨겁다. 호스텔 로비같다는 사람들도 있고,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편안함과 따뜻함이 느껴진다는 손님도 있다.

커피원두는 매일 다르다. 아침마다 볶아 바로 사용하기 때문. 과거 체코와 오스트리아 여행 때 시장에서 사람들이 와인을 마시는 모습을 보고 영감을 얻어 메뉴에 넣었다. 관광객을 위한 시그니처 메뉴도 개발 중이다.

포항에서 나고 자란 김희준 사장은 “제가 꿈꾸는 큰 그림은 따로 있어요”라며 “낙후된 죽도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상인들과 더불어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죽도시장 골목 살리기가 목표다.

그는 “어릴 적 뛰놀던 재래시장의 전통적인 분위기는 고스란히 간직한 채 `죽도소년`이 지닌 장점을 활용해 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을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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