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급변하고 있다. 대선직후인 지난 5월2주차(10~12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정당지지도 조사결과 대구·경북(T·K)지역에서 진보정당들의 강세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보수의 텃밭을 자임해왔던 T·K지역에서 진보정치가 세력을 얻어가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은 지역정치가 혁명적으로 바뀌기를 바라는 민심의 변화를 오롯이 반영한 것으로 읽어야 마땅하다.

TK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은 27.6%의 지지율을 보이며 1위를 차지했다.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1주일 사이에 31.0%에서 17.0%로 무려 14.O%p나 급락했고, 국민의당 지지율도 9.3%에서 3.4%p 내린 5.9%를 기록했다. 그러나 바른정당의 지지율은 10.1%에서 12.5%로 2.4%p 소폭 올랐고, 정의당 지지율은 7.9%에서 13.9%로 무려 6.0%p나 상승했다. 전국적으로는 민주당 45%, 한국당 13%, 정의당 10%, 국민의당 9%, 바른정당 8% 순이다.

보수의 온상으로서 정권의 핵심역할을 거듭해왔던 TK지역에 진보정당들이 뿌린 씨앗이 수확을 거두어가고 있는 추세가 역력하다. 민주당은 선거 전 28.6%에서 1.0%p가량 내리긴 했지만 지지세가 굳건함을 보여주었다. 정의당 지지율의 큰 폭 상승은 지역정치권에서 앞으로 진보정치의 활약이 더욱 활발해질 것임을 시사한다.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TK지역민들의 기대감도 59.6%로 초강세다. 호남의 89.9%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20%대의 득표율을 기록했던 대선 당시의 2배 이상이다. 민주당은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대구와 경북 공략을 위해 대구의 김부겸(대구 수성갑)·홍의락(대구 북구을) 의원 등을 중심으로 `TK 태스크포스팀`을 꾸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TK지역에서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폭락한 것은 선거 국면에서 한국당을 지지한 민심의 속내가 어떠했는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한국당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해서가 아니라 진보세력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우려와 그 동안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아껴온 보수정당에 대한 의리의 범주에 갇힌 표심이었다는 반증인 것이다.

이제 TK지역 정치는 큰 반성과 함께 새로운 지평을 열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한 정당만 지지하던 관성부터 개선해야 한다. 그런 맹목적 지지가 결국은 보수정당을 오만에 빠트리고 실패하게 만든 요인 중 하나였다는 점을 깨우쳐야 한다. 정책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매운 채찍도 들 줄 아는 정치가 펼쳐져야 한다. 지역이기주의에서 헤어나 나라 전체를 생각하고 미래를 그려가는 혜안도 키워야 한다. 선진적인 정치문화를 견인해내는 선도적인 역할을 찾아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진정한 힘을 보여줄 때가 닥쳐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