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구 찬

수많은 빗줄기가

정원에서 자라고 있다

걸어두었던 가지마다

촉촉이 젖어 반짝이며 꽃이 되었다

지난봄에 흩날리던 벚꽃이

비가 되어 내리리라

생각했을 때

구르다가 스스로 깨치고

꽃 냄새를 피웠다

빗속의 빗줄기

팽팽히 당겨지면

이 긴장감,

나의 목숨에 생기가 도는

움츠렸던 겨울의 답답함 속으로 내리는 봄비는 많은 것을 열어준다. 생명과 희망의 문을 활짝 열어주는 것이다. 시인의 목숨에 생기가 돌게 하고 열리는 삼라만상과 소통하며 환희의 노래를 부르게 하는 것이다. 촉촉히 젖어 반짝이며 꽃이 되게 하고 봄꽃세상, 희망세상을 열어젖히는 것이 봄비다. 시인의 눈도 마음도 영혼도 어떤 예감으로 일어서는 봄비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음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