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호<br /><br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19대 대통령 선거를 코 앞에 두고 후보자들의 TV토론이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이번 선거는 대통령 탄핵 후 두 달의 여유 밖에 없기에 후보들의 TV를 통한 자기 알리기는 더욱 중요한 선거 전략이 되고 있다.

대통령 후보자 토론회에서 `코리아 패싱`이라는 단어를 한 후보가 갑자기 사용해 검색어 1위로 올랐다.

그 후보가 다른 후보에게 “영어 싫어하시는데 KAMD(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는 영어를 쓰시는군요. 그런데 코리아 패싱은 아시나요?”라고 물은 것이 도화선이 되었다. 상대 후보는 “모른다”고 하면서 우물쭈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코리아 패싱! 대부분에게 낯선 이 말은 무슨 뜻일까?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은 직역하면 `한국 건너뛰기`라는 뜻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이슈에서 한국이 빠진 채 논의되는 현상을 말한다. 부정적 의미를 가질 수도 있는 단어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이 한반도 안보 현안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것을 말하는데, 1998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건너뛰고 곧장 중국만 방문하고 돌아간 상황을 재팬 패싱(Japan Passing)이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코리아 패싱의 그 근원적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한국이 미국이 하자는대로 하니까 무시를 당해서 그렇다는 한 후보의 주장이 있고 그래서 미국에 `노`(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그 후보는 주장한다.

그러나 상호신뢰가 굳건하면 서로 의견이 합치 되니까 패싱은 패싱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패싱이 아니라는 견해도 있을 수 있다. 사실 미국과 사사건건 충돌하는 급진적인 정부가 들어선다면 부정적인 의미의 코리아 패싱은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게 코리아 패싱, 사드반대, 보안법 철폐, 군 복무기간 단축 등 전력을 약화할 정책이 계속된다면 대 북한 협상에서 레버러지(leverage) 즉, 협상력을 크게 잃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가 강할 때 상대가 협상에 응한다는 것이다. 구직을 할 때 직업이 없다고 하면 더 취직이 안 된다. 다른 곳에 갈 데가 있다고 할 때 상대는 더 나에게 흥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한국이 강력한 한미동맹과 군사력을 가지고 있을 때 북한은 협상에 응할 것이다. 삼디(3D), 오지(5G)라고 부르며 영어를 싫어한다는 후보를 보면서 문득 지나간 대통령의 유세시절 모습이 기억이 났다. 그 대통령은 유세시절 “미국 한 번도 안 가봤습니다. 사진 찍으려면 얼마든지 갈 수 있었지만…” 이라는 말을 하여 급진적 젊은이들의 표를 끌어모아 당선된 적이 있다. 그러나 서방 국가들과의 동맹 속에 있는 한국 대통령 후보가 미국도 한번 안 가봤고, 영어 못하는 걸 자랑으로 여긴다면 그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과거 해외의 중요한 회의에서 영어를 전혀 못하는 대통령이 대화에서 따돌림을 받는 모습도 보아왔다. 강한 한국은 강력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경제력, 군사력에서 압도적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만 북한을 평화에 끌어들이고 통일로 가는 길에 설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강한 군대를 세우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일병, 이병 때는 빠르고, 병장은 어영부영하니까 병역의무는 1년 반이면 충분하다”는 발언 등은 기본적인 로직(logic)이 잘못되어 있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시험 일주일 전에 공고해 봐야 하루 전에 공부하니까, 시험공고를 하루 전에만 하면 된다”라는 로직과 같은 것이기에 성립될 수 없는 논리다. 진정 우리가 강력한 우방국과의 동맹으로 강한 한국을 건설하고 북한 협상력을 높여 평화로 가는 길이 무엇이고 어떤 대통령이 그런 길을 갈 수 있을 것인지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한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선거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