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태 수

날 저물고 새들도 둥지에 든다

서늘한 바람의 옷자락

그 감촉에 몸 맡기며 숲길 돌아들면

땅거미 안으면서 어깨 추스르는 나무들

가지와 가지들 사이로 별이 뜬다

까마득하게 잊고 있던 지난날들이

불현듯 그의 마지막 말들이 뜬다

차마 잊지 못하고 있는 말들은 저토록

별이 되어 빛을 뿌린다 하나 둘, 그리고 여럿

그 별들이 숲에 내린다. 가슴에 스며든다

우리는 이제 서로 다른 길 위에 서 있음을

다른 세상에서 더러는 그리워할 뿐임을

말해주는 건지, 가까이 다가왔다가는

이내 다시 멀어진다 여태 애태우던

말들도, 이 안타까워하는 마음도 제각각

허공에 빈 메아리로 떠돌고 있는지….

마음마저 더 어두워지고, 집도 점점

멀어지는, 낯선 저녁 숲길

노을이 번지는 저물녘 숲길에서 멀어져간 모든 것들을 그리워하며 쓸쓸히 호명하고 있는 시인의 저녁을 본다. 헤어져간 것들이 제 나름의 떠도는 별이 되어 떠났다고 생각하고 있는 시인의 가슴은 젖어 있다. 해가 질 무렵이면 이런 그리움으로 가슴이 먹먹해지는 때가 있다. 별이 되어 낯선 저녁 숲길을 헤매거나 떠도는 그리운 것들이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