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형<br /><br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이다. 대선 후보들이 결정되는 순간, 아니 대선 예비 후보들이 거론되면서부터 소위 말하는 인격 난타전이 시작되고 있다.

마치 반칙이 난무하는 3류 스포츠 경기와 같다. 언론은 중계자가 되어 그 모습을 충실히 보도하고 있다.

그런데 볼 때마다 화가 나는 이유는 뭘까?

대선전을 중계하는 언론의 내용을 종합해서 가상의 대본을 만들어 보았다.

“민주 선수, 국민 선수에게 딸 펀치를 날립니다. 딸 재산 공개라는 쨉을 계속 날립니다. 아, 국민 선수 계속 쨉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쨉도 계속 허용하면 파괴력이 있을 건데요.” “그렇죠, 뭐든 계속 되면 그것이 마치 진짜처럼 보이죠. 혹시 민주 선수의 말처럼 어떤 잘못이 있는 건 아닌가요?” “아, 민주 선수, 이번에는 국민 선수의 부인에 대해 물고 늘어지네요.” “저런 기술을 전문 용어로 신상털기라고 하지요.” “신상털기는 반칙 아닌가요.” “정말 지저분한 짓이죠. 초등학교 학생들도 싸울 때 안 하는 짓이죠.” “경고를 줘야하지 않나요. 민주 선수도 분명 처자식이 있을 텐데 말이죠. 심판 어디 있나요?” “모르셨습니까. 성이 선이고 이름이 관위라는 심판이 있기는 한데, 그들은 이 경기가 끝난 다음에 활동을 하는 것 같습니다.”

“안타깝네요. 들리는 말에는 또 다른 인신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아마 더 노골적이고 야비해질 겁니다.” “네, 방금 말씀 하시는 것을 들었는지 민주 선수 정말 이상한 웃음을 광화문을 등지고 웃고 있네요. 최근 각종 조사에서 1등을 하고 있어서인지 거만함이 하늘을 찌를 듯합니다.” “과연 국민 선수는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까요. 아니면 민주 선수처럼 인신공격과 함께 가족을 넘어 사돈에 팔촌까지 신상털기를 시도할까요. 민주 선수의 아들도 취업과 관련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들리던데요. 왜 국민 선수는 가만있죠?”“그런데 이번 대선전에는 민주 선수와 국민 선수밖에 참가하지 않았나요?” “물론 아니죠. 한국 선수와 바른 선수 외에도 많은 선수들이 참가했다고는 합니다. 자기네들끼리 싸운다고 큰 판에는 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국민 대 민주, 민주 대 국민. 이름으로만 보면 정말 세기의 대결 같습니다만, 글쎄요 지켜보는 사람들은 별로 관심이 있어보이지는 않아 보입니다.” “그렇죠. 이번 경기는 19회째인데요. 19회 정도 되면 뭔가 정통이나 전통 같은 것도 있을 법한데요. 뭐가 잘못된 것인지 이 나라의 대선전은 1회 대회나 19회 대회나 달라진 게 하나도 없으니 지켜보는 사람들이 무관심한 건 어쩌면 당연한 거겠죠.” “말씀을 듣고 보니 가슴이 정말 답답합니다. 다들 자기만 잘났다고 하는데 신상털기는 그만 좀하고 정말 자신이 뭐가 그렇게 잘났는지 속 시원히 이야기 좀 해 줬으면 좋겠어요.” “옳으신 말씀입니다만 그럴 가능성은 제로(0)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다 그 나물에 그 밥인 사람들이니까요. 그러니까 이번 경기는 개인의 능력보단 그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상황이 얼마나 덜 냄새 나는가에 달린 것 같습니다.” “그럼, 언제까지 이런 지저분한 싸움을 지켜봐야 할까요?” “아마도 지금의 정치인들은 물론 지금까지의 정치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모두, 그것도 일순간에 사라지지 않고는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정말 이보다 더 슬픈 일은 없네요. 원래 대선전은 나라와 국민을 위한 정책을 가지고 진검승부를 펼지는 대회인데 정책대결은 온 데 간 데 없고 오로지 인신공격과 신상털기를 통한 상대방 흠집 내기에만 목숨들을 걸고 있으니 참으로 원통한 일입니다. 갑자기 `더 킹`이라는 영화의 한 대사가 너무도 강력히 공감되네요. `정치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정말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들은 그것을 모르니 정말 안타깝네요.”

대선본색을 생각하다 영웅본색이 생각났다. 영웅본색에는 있고, 대선본색에는 없는 대표적인 것은 바로 영웅본색의 영어 제목이기도 한 `A Better Tomorrow` 즉 `더 나은 내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