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춘 수
없다
새는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새를 날려 보내고
하늘은 멍청해진다
누가 보았다고 하는가
새발톱에 맺힌
피
새를 날려 보낸 하늘에는 발자국도 어떤 흔적도 남겨져 있지 않다. 새를 날려 보낸 하늘을 멍청해진다고 시인은 말하고 있다. 무슨 뜻일까. 최선을 다해 하늘로 비상(飛翔) 하는 새나, 새를 날려 보내는 하늘에게는 그 어떤 미련이나 아쉬움도 원망도 없다. 그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물질들의 역할은 얼마나 자연스러운가. 억지와 인위(人爲)가 배재된 자연스러운 자연의 이치를 가만히 들려주고 있는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