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장미대선`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됐다. 각 당 후보들은 일제히 등록을 마치고 22일 간의 막판 레이스에 돌입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내의 지지율 접전을 벌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간 양강구도로 재편된 상황에서 후보 간 네거티브 전쟁이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유권자들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좀 더 똑똑해져야 할 필요성이 절실해지고 있는 시점이다.

후보자의 자질과 주변에 대한 검증은 철저할수록 좋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이라는 끔찍한 불행을 겪은 상태에서 허겁지겁 치러지는 선거라는 특성 때문에 정책검증을 위한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형편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후보들끼리 `대통령 감`으로서의 자질을 큰 틀에서 비교해보는 방식이 아닌 사변적인 문제들을 시시콜콜 티 뜯다가 급기야는 감정싸움으로 치닫는 작금의 현상은 많은 문제점들을 노출시키고 있다.

혹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국가적 불행을 겪게 된 만큼 더 혹독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편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지난 2012년 18대 대선에서도 눈뜨고 보기 힘든 `헐뜯기` 전쟁은 치열했었다. 나올 이야기 다 나왔고, 귀를 씻고 싶을 만큼 추악한 온갖 풍설들이 난무했었지만 아무것도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상대방의 쓰레기통을 죄다 엎어버리고 험악하게 파헤치는 방식의 네거티브는 유권자들에게 금세 피로를 불러오게 돼 있다. 각 진영에서 `음모설`과 `조작설`로 맞서는 한 진영 간 이전투구만 난무할 뿐이다. 선거일까지 진실이라곤 도무지 드러나지 않는 유치한 `고자질 전쟁`에 지친 국민들은 혐오증만 키울 따름이다. 결국 맞대결 구도 속에서 실체를 온전히 알 수 없는 후보들을 놓고 유권자들은 하는 수 없이 누군가를 찍어야 하는 이율배반이 반복돼왔다.

짧은 선거기간을 감안하면, 양자토론이든 다자 토론이든 매일 같이 TV 생방송 토론을 벌이는 것도 좋은 방식이다. 후보자들끼리 맞붙여 지속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각기 시장골목 찾아다니면서 허언(虛言)에 몰두하는 구닥다리 선거운동보다 백배 낫다. 생방송 후보토론은 많을수록 진실이 드러날 확률이 높아진다. 제아무리 가식을 쓴다 해도 여러 차례 지속되면 가면은 벗겨지게 돼 있고, 허세는 무너지게 돼 있다.

나라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다다르고 있다. 북핵문제, 대미·대중 관계, 재벌정책, 청년실업 문제, 공교육 정상화 등 정책과 공약과 비전을 견줘보아야 한다. 유권자들이 좀 더 현명해져야 한다. 고자질만 잘하는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뽑았다가 이번에는 또 무슨 낭패를 당할지 모른다. 어떤 인물이 누란의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해낼 진정한 일꾼인지 눈 부릅뜨고 진중히 살펴야 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