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운 기

가난한 마을의 겨울이 지나고

돌아오지 않는 이름을 부르는 종달새가 온종일

하늘 한 켠을 차지하고 있었다

일찌감치 몰려와 있던 구름은

몸을 풀기에 아직 무겁지 않았다

가난한 마을에

풀이 돋고 잎이 나고 보슬비가 뿌려주지 않았다면

저들은 무엇으로 한세상을 이루었으랴

녹색의 배경이라는 시의 제목에 스민 시인의 마음을 따라가보면 참 깊고 그윽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겨울을 견디고 피어오르는 연두, 초록의 새순들은 그들의 질긴 목숨을 담금질할 수 있도록 차가운 얼음바람과 폭설이 있었다는 논리가 깔려있다. 그런 혹한의 추위를 견디지 못했다면 저리 눈부신 초록은 없었을 것이다.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시련과 어려움이 따르지 않는 인생사가 어디 있을까. 우리의 오늘은 우리가 극복한 그런 시련과 힘든 시간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이리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