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정 인

잡은 손을 놓았어

흩어지는 너와의 추억

먼지처럼 떠돌다 사라진다

손바닥에 아직 남은 체온

가슴을 누르는 푸른 지문들

은빛 점선으로 다가오는 나비떼

숨을 쉴 수가 없어

풀어지지 않는 견고한 매듭

결코 부서지지 않는 거겠지

천년이 지나

우주를 떠돈다 해도

풀리지 않는 결속

바람따라 누웠고 이슬따라 떠나도

푸르게 눈 뜨고

소매를 잡는 너

수천 번 내 얼굴을 만지며

조금씩 수척해져가고 있어

저 붉은 바람 속

풍장은 자연으로 망자를 돌려보내는 장례풍습의 하나다. 시인은 누군가와 결별의 시간을 가지면서 잠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함께할 것을 간절히 빌고 또 빌고 있음을 본다. 그가 망자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 바람에 얹어 훌훌히 보내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은 수천 번 얼굴을 만지며 그를 붙잡아두고 있음을 본다. 천년이 지나 우주를 떠돈다 해도 풀리지 않는 결속으로 서로를 묶어두고 싶어하고 있는 것이다. 지고지순한 사랑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