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곤영<br /><br />대구취재본부장
▲ 이곤영 대구취재본부장

미국 하원이 지난 23일(미국 현지시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국 배치에 반대해 중국이 가하는 보복 조치를 즉각 중단하라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다음달 초 미국을 방문해 장상회담을 벌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해 미국 의회가 공개적으로 경고를 한 것이다. 이들 의원들은 결의안을 통해 한국과 한국 국민, 한국 기업들을 겨냥한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를 비판하고 중국의 즉각적인 외교적 협박과 경제적 압박 중단을 요구했다. 또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중단에 중국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결의안에는 중국 내 50여 개 롯데마트 폐쇄, 중국 진출 한국 기업에 대한 전방위 조사, 롯데와 제휴 중인 미국 기업이 입는 직접적인 피해, 한국 여행상품 판매 금지, 한국 문화·공연 행사 취소 등 중국 정부가 중단해야 할 조치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이와 함께 한·미 동맹은 한반도와 동북아를 넘어 평화와 안보를 위한 미국 대외 정책의 린치핀(핵심축)임을 강조했다.

미국이 중국의 사드보복에 대해 강하게 대응한데 비해 정작 피해 당사자인 우리 정부의 대응을 보면 참으로 한심스럽다. 막강한 군사력과 경제력, 우리나라 제1 통상대상국이어서 정부가 신중한 대응을 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아무리 대통령이 없는 황교안 국무총리의 권한대행체제라고 하더라도 정부 당국자들이 무책임하게 손을 놓고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무방비 상태에서 중국의 사드보복을 당하고만 있는 것을 보면 우리가 과연 주권을 가진 국가인지 자괴감이 든다.

중국은 사드배치와 관련해 비자, 통관, 방송프로그램 수입제한, 유커 수 통제, 연예인 송출금지, 사드부지제공 그룹의 세무조사 등 비공식적인 보복조치가 갈수록 치밀해지고 있고 앞으로 전 부문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정부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로 외교감각, 정무감각이 마비됐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이어 장미대선에 매몰되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유일호 기획재정부장관은 중국의 사드보복이 법적 실체가 없다며 정부가 유감표명을 하기 어렵다고 밝혔고 G20 재무장관회의에서는 중국의 재무장관을 만나기조차 하지 못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중국 관광객이 급감하고 있는데도 실태조차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있으며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뒤늦게 사드보복에 의한 경제적 손실을 보고 받고 있다. 심각하고 급박한 상황인데 정부는 WTO 제소 등 실효성이 떨어지는 조치만 내놓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사드배치 보복에 정부와 정치권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국내 경제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고 차후에는 그 후유증이 모조리 국민들의 부담과 희생으로 돌아올 것이 뻔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센카쿠 열도 분쟁 이후 일본이 추진한 중국 의존도 분산 기조와 상품경쟁력 강화 등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지난 2012년 중국과 일본의 센카쿠 열도 영토 분쟁 당시에도 중국에서는 반일 감정이 높아지며 도요타 자동차 판매점, 파나소닉 공장 등이 파손되거나 방화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 당시 도요타의 중국 자동차 수출은 80%가 감소했고, 일본행 비행기 5만2천여 석이 취소됐다. 이후 일본은 중국 내 일본기업들의 공장을 동남아 지역으로 분산시키는 등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확 낮췄다.

현재 한국의 대 중국 수출과 수입이 20%를 상회할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높다. 이제는 우리도 같은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롯데가 입은 피해사례를 보더라도 기업 스스로 투자를 다변화해야 한다. 국민들도 더 이상 중국의 사드 보복을 당하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제대로 대처 못하면 국민이라도 스스로가 일어나 중국 제품 불매운동을 벌여야 한다. 한국인의 결기를 제대로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