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호<br /><br />서울취재본부장
▲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똑같은 시간이라도 1분1초가 전혀 의미가 다를 때가 있다. 사고나 위기의 순간, 1분1초는 사람의 목숨을 좌우하는 요인이 된다. 그래서 골든타임이란 말도 생겨났다. 특히 기록경기인 육상단거리 경주에서 1초는 어마어마한 기록상의 격차를 의미한다. 마라톤 경기라 해도 1초의 차이는 우승여부를 가르고도 남을 시간이다. 하물며 7시간이라면 꽤 긴 시간이다. 420분이고, 2만5천200초에 해당한다. 흔히 7시간을 거론하면 수면 시간을 연상하게 된다. 수면시간은 생명과 깊은 연관이 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많이 잔다고 건강에 좋지는 않다고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정신과 대니얼 크립케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수면 시간이 짧거나 반대로 너무 길면 사망률이 높아진다. 가장 이상적인 수면시간은 6~7시간이며 4시간 이하로 자거나 8시간 이상 자면 오히려 사망률이 높아진다. 수면시간 4시간 이하인 사람의 사망률은 7시간인 사람에 비해 남자는 62%, 여자는 60%나 높다. 수면시간이 10시간 이상인 사람도 7시간인 사람에 비해 각각 73%, 92% 높았다. 7시간 정도는 잠을 자야 건강에 좋다는 얘기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연구결과가 나와있다. 을지대학교에서는 7시간 이하로 자는 청소년이 그 이상 잠자는 경우보다 자살 생각과 우울한 감정 모두 1.4배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고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하루평균 5시간 이하를 자는 청소년이 7시간 이상을 자는 아이들보다 비만 위험이 2.3배나 높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약 3년, 1천73일만에 세월호 인양이 시작됐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세월호 7시간`을 떠올리며 분노를 터뜨리거나 안타까움을 표하는 목소리를 자주 듣게 된다. `세월호 7시간`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침몰 사고 소식을 처음 보고받은 이후 7시간 동안의 행적이 불명확해서 생긴 논란을 가리킨다.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이에 대한 조사를 하려고 했지만 청와대가 밝히는 것을 거부했다. 국민들 사이에서는 박근혜의 7시간 행적이 최순실과 어떤식으로든 관련있지 않느냐는 인식이 많았다. 박 전 대통령의 7시간 동안 세월호 관련된 직무 수행에 소홀한 혐의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 발의 사유에 포함됐다.

박래군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공동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이 보툴리눔 독소(보톡스)를 맞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를 허위사실 명예훼손으로 기소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0월 고발뉴스는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의 소개로 청와대에서 고체 실 형태의 폴리디옥사논을 피부에 넣는 시술을 정기적으로 받았으며, 이 시술은 흔히 `연예인 보톡스`나 `매선침`으로 불리며, 보톡스를 넣는 시술과 함께 병행 실시되는 일이 많다고 보도했다. 고발뉴스와 인터뷰한 전문가들은 세월호 침몰 당일 중앙재해대책본부 방문 때나 2014년 4월18일 진도 체육관 방문 때 박 전 대통령 사진에 붓기나 멍자국이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제가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거나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굿판과는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미용시술에 대한 해명은 하지 않았다. 그 이후에 미용시술을 받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7시간의 진실은 아직도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언론에 공개된 박 전 대통령의 대책본부 방문때의 사진에서 발견된 멍자국 등에 대해서도 박 전 대통령은 아무런 해명없이 그저 “그런 일은 없었다”고 부인했을 뿐이다.

그랬던 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돼 14시간여에 걸친 조사를 받은 뒤 7시간 동안 자신의 진술을 기록한 피의자신문조서를 하나하나 검토했다고 해서 국민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세월호 7시간`이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위기대응능력 부재를 극명하게 드러낸 키워드로 기억된다면 `박근혜의 7시간`은 우리 국민들에게 어떤 의미로 새겨질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