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호<br /><br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보수가 방황하고 있다. 갈팡질팡의 방황과 그리고 누군가를 찾아 헤매는 방황, 애정 결핍증의 방황이 계속되고 있다. 누구엔가 마음을 주어야 하는데 마음을 줄만한 사람이 없다. 귀국을 애타게 기다리며 반겼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 사랑을 주고 기대어 보았다. 귀국 전에는 압도적 1등으로 사랑의 대상으로 충분했다. 그런데 귀국 후 상황이 달라졌다. 그리고 어느날 반기문 전 총장은 아무런 사전 예고도 없이 훌훌 보수의 곁을 떠나갔다.

허탈한 심정을 안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쳐다보았다. 반듯한 모습의 전형적 공무원형의 황 대행은 대안으로 떠오르는듯 했다. 보수들은 사랑의 사인을 보내고 마음을 달래보았지만 그도 어느날 홀연히 불출마를 선언하고 보수로부터 멀어져 갔다.

보수는 갈 곳이 없다. 그래서 선택한 사람이 홍준표 경남지사인가?

`막말의 홍 트럼프`라고 불리우는 검사 출신 홍준표 지사의 지지율은 기껏 2~3%를 밑돌다가 황교안 대행 사임 후 갑자기 두 자릿수에 육박하면서 치솟고 있다. 갑작스런 지지율 변화에 본인도 당황할 정도이다.

사실상 반기문, 황교안에게 향하던 사람들의 일부는 진보 중에서 중도적 성향의 후보들인, 가령 안희정 충남지사같은 후보에게로 떠나갔지만, 아직도 보수들은 애정을 줄 곳을 찾아 배고픔에 헤매고 있다.

남아있는 보수들은 이제 누군가에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사랑을 주려고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사랑을 줄 사람이 없는 사람이라고 한다. 사랑을 줄 애인이나 배우자, 그리고 자식이나 부모 그리고 사랑을 줄 친구가 없는 그런 사람을 가장 불행한 사람이라고 한다. 사랑을 줄 곳이 없는 사람들이 때때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본다. 사랑은 받아서 행복한 것이지만 주면서도 행복한 것이기 때문이다.

보수란 무엇인가? 보수는 글자 그대로 “지킨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 보수는 공산주의와 북한에 반대하는 반공주의와 미국 등 서방 우방국가와의 관계강화, 그리고 대기업 중심의 시장경제 안정과 강력한 대통령이 힘을 갖는 통치 체제를 유지하려는 경향을 말한다. 이러한 보수는 6·25후 피폐한 한국경제를 재건하는데 강한 보수의 상징인 새마을운동, 수출지향정책 등으로 큰 역할을 한것도 사실이다.

보수는 때때로 우파라고 부르기도 한다.

보수를 우파라고도 부르는 유래는 프랑스 대혁명 때 열렸던 국민의회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프랑스 대혁명 시 회의에서 왼쪽에는 왕정을 무너뜨리고 프랑스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는 공화파가 자리를 잡았고 오른쪽에는 예전의 왕정체제를 유지하고자 하는 왕당파가 앉았다고 한다.

이렇게 급진적이고 개혁적인 성향, 즉 진보 성향을 지닌 파들은 왼쪽에 앉았기 때문에 진보 성향을 좌파라고 하고, 반면에 점진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을 지닌 파들은 오른쪽에 앉았기 때문에 보수 성향을 우파라고 하게 되었다는 유래이다.

전 세계 모든 민주 국가에는 보수와 진보가 있다. 미국의 공화당은 보수, 민주당은 진보로 불리운다. 일본도 자민당은 보수정당으로 불리운다.

가장 비극적인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진보의 좌파가 종북파를 의미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는 해방후 분단과 6·25 전쟁을 겪는 과정에서 일어난 독특한 상황으로 사람들에게 `좌파`는 곧 북한을 추종하는 종북을 의미하는 말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과거 독재적인 경향을 갖는 정권이 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북한을 염두에 두고 정부에 반대하고 저항하는 사람들을 `좌파`로 몰아쳤기에 우리의 비극은 끝이 없는 악순환이 되고 있다.

보수의 방황이 끝나고 건전한 의미의 보수와 진보가 어울리는 대선이 되었으면 한다. 보수를 수구로 또는 진보를 종북으로 몰아치는 우파, 좌파의 논쟁을 종식하고 두 개의 개념이 함께 협력하는 그런 대선의 결과가 되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