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정 춘

우네

물고기 처량하게

쇠 된 물고기

하릴없이 허공에다

자기 몸을 냅다 치네

저 물고기

절 집을 흔들며

맑은 물소리 쏟아 내네

문득 절 집이 물소리에 번지네

절 집을 물고

물고기 떠 있네

고택(古宅)이나 고찰(古刹)의 지붕 추녀 끝에는 청동으로 만든 물고기 모양의 풍경(風磬)이 달랑거리고 있다. 가만히 올려다보며 그 맑고 청량한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마음의 평화경에 이르게 된다. 시인의 상상력은 물고기가 물고 유영해가는 절집을 그리고 있다. 속세에서 얼룩진 더러운 것들을 다 떨쳐버리고 영원의 시간 속으로 헤엄쳐가며 쏟아내는 맑고 깨끗한 소리. 청동물고기가 허공의 물살을 가르는 소리를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