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테라에서 핫도그까지
젊은층 중심 인기몰이
인근 상점도 덩달아 북적
3~6개월 단위로 유행 교체
창업만큼 폐업도 늘어나

▲ 19일 포항 중앙상가의 한 핫도그전문점 앞에서 손님들이 줄을 서서 주문을 기다리고 있다.

#사례1.

지난 18일 오후 3시께 포항 중앙상가 `○○핫도그` 가게 앞에는 어린이, 대학생, 주부 등 10여명의 사람들이 줄 서 있었다. 20여분을 기다렸다는 대학생 박모(28)씨는 “이전엔 간식거리라고 해봤자 커피나 주스뿐이었지만 요즘엔 핫도그가 대세”라며 “먹기 간편하고 가격도 저렴해 이만한 간식이 없다. 서울에만 있다던 유명 핫도그집이 최근 포항에도 여러 군데 생겨 차례대로 맛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례2.

재작년 회사를 관둔 A씨(52·북구 장성동)는 올해 초 `대만 카스테라` 가게를 하나 냈다. 창업설명회 가는 곳마다 `뜨는 업종`이라며 카스테라 집을 추천했다. 서울, 부산, 대구지역의 가게 앞에 손님들이 끊이질 않는 모습을 보고 창업을 결심했다.

하지만, 인기도 잠시, A씨는 요즘 업종 변경을 고민하고 있다. 그는 “유행 타는 아이템이라 그런지 초기에만 반짝 손님들이 오더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길에서 파는 음료나 빵 같은 `길거리 간식`이 포항지역 상권의 성패를 가르고 있다. 인기 간식점이 들어선 골목은 활기를 띠는 반면 한물간 업종은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으면서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군음식이 요식업 흥망성쇠를 좌우한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지역 요식업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포항지역 길거리 간식계 제왕은 최소 3개월, 최대 6개월 단위로 바뀌었다.

선두주자는 차(茶)를 우려 우유와 섞은 밀크티에 타피오카를 넣어 만든 버블티. 이어 생과일주스, 벌집아이스크림, 딸기모찌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몰이했다.

막대모양 빵을 튀겨 설탕, 계피를 뿌린 츄러스도 한동안 길거리 간식으로 주목받았다. 곧이어 `봄봄`, `쥬시`와 같은 대용량 저가 음료 전문점이 간식업계를 평정했다. 지난 연말부터는 `대만 카스테라`가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왕좌는 순식간에 또 바뀌었다. 갑작스레 핫도그 열풍이 불면서 `명랑핫도그`, `청춘핫도그` 전문점이 곳곳에 들어섰다.

실제로 현재 포항지역 상권 주도권은 핫도그 가게가 쥐고 있다. 19일 소상공인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포항시 내 핫도그 판매점은 42곳으로 2014년 12월(15곳)보다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12월(25곳)과 비교하면 두 달 새 17곳이나 늘었다.

중앙상가에만해도 핫도그 전문점 3곳이 문을 열었다. 기존에 생과일주스, 수제튀김 등을 판매하던 곳이다. 덩달아 인근 식당과 카페, 의류점에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문제는 길거리음식 유행 따라 관련 업종 창업만큼이나 폐업도 늘고 있다는 점이다. 유행변화 속도가 빠르다 보니 판매수익도 오르락내리락하기 때문이다.

포항시 음식업종 상권분석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창업률은 1.3%, 폐업률 1.2%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0.3%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우후죽순 생겨난 대만 카스테라 가게 등의 영향으로 신규 제과제빵점이 1.4% 증가한 가운데 문 닫은 가게도 전년동기대비 0.5% 늘었다.

중앙상가에도 카스테라 판매점 4곳이 운영 중이지만 초창기 인기는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한때 인기였던 저가음료, 생과일주스 전문점에서는 신메뉴 출시와 같은 자구책을 마련하기도 했지만, 꺼진 열기를 다시 불러일으키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지역의 한 창업연구소 관계자는 “보통 외식업은 신장개업을 하면 `어떤 맛일까`하는 호기심에 손님들이 몰려온다. 이른바 `오픈빨`”이라며 “특히나 간식거리는 단기간 유행하다 인기가 시들해져 초기 창업 경쟁이 치열하다. 최신 트렌드와 부합하는 업종일수록 주변 점포수 증가 추이를 먼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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