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고혈압 등 `생활습관병` 앓는 어린이 한해 2만명
WHO, 男兒 하루 70분이상·女兒 60분이상 운동 권장

“공부 못 해도 좋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부모들은 흔히 아이의 학업 성적과 신체 건강을 별개로 보고 순위를 정한다. 공부 잘 하는 똑똑한 자녀도 좋지만, 무엇보다 아프지 않고 몸 튼튼한 게 우선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최근 운동하는 건강한 아이가 공부도 잘 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아이의 운동 능력과 학업 능률 연관성이 밝혀진 셈이다. 결론은, 활동적인 건강한 아이가 공부도 잘 한다는 것이다.

□ `생활습관병` 앓는 비율 상승

중학교 1학년인 민준이는 아침저녁으로 하루 두 번 인슐린 주사를 맞는다. 당뇨병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선천적으로 혈당을 분해하는 인슐린이 부족해서 생기는 `소아 당뇨병`이 아니다. 성인 당뇨병이다.

원인은 어른들이 당뇨에 걸리는 이유와 같다. 비만과 운동 부족이다. 실제로 민준이 방에는 항상 햄버거, 라면 등 인스턴트 식품들이 책상이나 침대 위에 널려 있다. 칼로리는 높지만 영양소는 적은 음식들이다.

방과 후엔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컴퓨터 게임에 매달리거나 TV로 만화영화를 본다. 운동은 말 그대로 숨쉬기 뿐이다. 이러한 생활습관이 일찍이 당뇨를 불렀다.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과 같은 `생활습관병`을 앓는 어린이가 한 해 2만명에 이른다. 스트레스 등으로 만성 위장병에 시달리는 아이들도 5만여명에 달한다.

심지어 소아비만 10명 중에 한 명꼴로 지방간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절한 운동은 학습능력 향상

자녀 교육에 유별난 유대인들은 `아이들을 평생 가르치려면 맘껏 뛰놀게 하라`고 말한다. 실제로 운동이 학습 효과를 향상시킨다는 의학적 연구 결과들은 많다.

미국의 초등학생 일과를 연구조사한 결과 체육시간을 늘리고 일주일에 4시간가량 공부하는 시간을 줄였더니 오히려 수학과 글쓰기 성적이 좋아졌다. 운동이 뇌로 공급되는 산소량을 증가시키고,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 고리를 강화해 기억력 향상에도 도움을 줬다.

아이들이 신체활동을 많이 하면 공격성이 줄어들고 정서적 능력도 향상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 케런 샤할 박사는 지역 25개 학교의 어린이 649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24주 동안 운동 프로그램과 비운동 교육 프로그램을 각각 제공했다. 운동 프로그램은 축구, 농구, 격투기, 유도 등으로 구성해 주 3회, 5시간 실시했다.

24주후 아이들의 정서적 능력을 측정한 결과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은 자기 조절, 자기 관찰, 문제 해결, 만족 지연 등 모든 분야에서 일반 수업을 받은 학생들보다 높은 성장을 보였다.

샤할 박사는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는 운동이 있다면 그것을 마음껏 하게 해주는 것이 정서적인 성장을 이루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역도 같은 중량운동 유익

세계보건기구(WHO)의 신체활동 건강지침에는 만 5~17세 어린이 및 청소년이 매일 최소 60분, 중등도 내지 격렬한 강도의 신체활동을 권장하고 있다.

스페인 사라고사 대학 연구팀이 2~9세 아동 3천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6세 이하 남자 아이들은 매일 70분간 운동이 필요하다. 그보다 더 나이 든 남자 아이들은 매일 80분 이상 운동을 하도록 권고했다.

반면 여자 아이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그보다 짧은 60분 정도면 된다고 설명했다.

수영은 심폐 능력과 유연성을 길러주며, 배드민턴·조깅·줄넘기·농구·자전거타기 등과 같은 유산소 운동은 몸 안에 많은 양의 산소를 공급하고 심장과 폐 기능을 향상시킨다.

운동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라면 학교별 방과 후 프로그램이나 스포츠 교실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어린이가 역도 같은 중량운동을 하면 `키가 크지 않는다`, `관절이 약해지고 상처를 입기 쉽다`는 속설이 있지만, 실제론 오히려 유익하고 반드시 필요한 운동이다.

일주일에 근력운동을 2회 이상 꾸준하게 실천한 어린이의 체력은 같은 기간 동안 1회 또는 아예 안 한 어린이보다 더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때 체육 교사와 같은 전문가의 지도 아래 운동 프로그램을 따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건강관리협회 이근아 진료과장(가정의학전문의)은 “아이들은 쉽게 탈수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운동 전후엔 충분히 쉬며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며 “아침저녁으로 두번 나눠 20분씩 운동해도 좋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가급적 실내에서 운동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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