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희 구

주스나 콜라처럼

마시는 것이 아니다

젖은 먹는 것이다

이 오래고도 유정한 식량

언젠가 `아프리카의 참상` 이란 보도사진전에서

정강이뼈가 유독이 앙상했던 쾡한 눈의 덩치 큰 한 사내아기가, 살갗이랄까 껍

질이랄까 아무튼 모든 살점이 육탈해버려서 머리 위로 올라붙은 그야말로 피

골상접한 엄마의 젖을 빨고 있었다

아기는 엄마의 바닥을 빨고 있었고, 엄마는 자기 육신의 맨 마지막을 아기에게

내어 물리고 있었다

참혹한 것 넘어서는

이 숭엄함

원래 종교가 생기기 훨씬 이전부터

젖은 우리의 하나님이었다

젖은 생명의 원천이고 시인의 말처럼 오래되고 유정한 식량이 아닐 수 없다. 시인은 아프리카의 참상이라는 보도사진전에서 본 사진 한 장에서 그것을 절실히 느낀 것이다. 엄마가 자기 육신의 맨 마지막을 아이에게 건네고 있는 사진 속에서 시인은 그 어떤 이념이나 종교보다도 거룩한 이념과 종교를 봤다. 거룩한 본능 한 컷이 눈 앞에서 떠나지 않는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