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한동<br /><br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이번 대선 구도는 여야의 대결보다는 야당 후보 간의 대결이 치열하다. 안희정은 대선 초반부터 특정인의 페이스메이커가 아닌 최종주자로서 승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때만 해도 문재인의 독주는 계속되어 지지율 한 자리인 그에게 귀 기울이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광화문 광장의 촛불 민심은 이재명의 속 시원한 사이다 발언에 오히려 집중하던 때였다. 그렇던 안희정의 지지율은 지난주 수직상승하여 22%까지 치솟아 버렸다. 대체로 그의 우 클릭 정책의 반응이라는 시각이 많지만 그의 지지율이 계속 상승할지는 현재로서는 의문이다.

안희정의 우 클릭 정책은 그의 대연정론에서 출발하였다. 그의 대연정론은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까지 연정의 파트너로 삼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는 과거 노무현의 `대연정 제안`을 복원하여 협치를 통한 통합의 정치를 구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심지어 박정희 대통령을 좋아하는 자기 부모님이 자신의 이름을 `정희`를 거꾸로 하여 `희정`으로 지었다는 사연도 공개했다. 과거 좌파 진보 운동권을 이끌었던 노무현 키즈의 모습과는 확 달라진 변모이다.

그러나 지난주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대한 안희정의 `선한 의지`론은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두 보수 정권이 나름대로 선한 의지로 정책을 폈지만 법과 원칙에 위배하여 실패했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그는 국정 농단으로 탄핵의 핵심이 된 K스포츠와 미르재단도 문화 융성이라는 선한 의지로 출발했지만 과정이 잘못되어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발언은 듣기에 따라 두 대통령에 대해 두둔하는 발언으로 들려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그것이 탄핵기각의 빌미를 제공한다는 우려도 따랐다. 야당과 네티즌의 비판이 따르자 그는 대화에서 상대의 선한 의지부터 읽어야 해법이 보인다는 해명까지 하였다. 그는 `통섭`을 21세기 시대정신이라고 자신의 입장을 변호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들끓는 여론 앞에 결국 `상처 받은 사람`들에게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안희정의 이러한 우 클릭 정책은 양면성에 따른 득실이 있다. 우선 그의 우 클릭 정책은 지지율 상승이라는 이점을 가져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의 지지율 상승에는 갈 곳을 잃은 반기문의 충청권 표심과 50~60대의 중도 보수층의 지지가 한 몫 하였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그 지지에는 내심을 표출하지 못하는 `샤이` 보수층까지 `역 선택` 하였다는 주장도 있다. 이번 그의 지지율 급상승에는 마땅한 여권 후보가 없는 현실에서 중도 보수층의 표심을 끌어들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하튼 그의 우 클릭 정책이 그가 원래 의도한대로 중도 보수층의 기반 확대에 기여한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다.

그러나 안희정의 우 클릭 정책은 잃은 것도 있다. 같은 당의 문재인, 이재명뿐 아니라 안철수까지 그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문재인은 불의에 대한 `분노` 없는 그의 `선한 의지`는 정의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안희정을 좋아하고 따르던 친노 세력까지 그의 발언은 촛불 민심에 역행한다고 평가하였다. 결국 그의 우 클릭 행보는 지지율 급상승에는 기여하였지만 그의 정체성에는 상처를 남겼다. 지난 주말 안희정의 지지율은 예상한 대로 주춤거리고 꺾이는 모습까지 보였다. 반기문의 `진보적 보수주의`가 양측으로부터 공격 받았듯이 그의 우 클릭 정책은 정체성 혼란의 부메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안희정은 이러한 위기를 잘 극복하고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할 것인가. 현재로서는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다. 그의 우 클릭 정책이 과거 운동권 출신의 경험과 도지사로서의 경륜이 결합된 정치적 신념의 표출인지 표를 의식한 일시적 전술적 변화인지는 구분하기 어렵다. 그의 준수한 외모와 철학적 언어 구사력이 중도 보수층의 표심을 흔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의 이러한 행보가 민주당 경선 구도에 판을 키우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는 그를 조금 더 지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