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종 기

천 년을 산 나비 한 마리가

내 손에 지친 몸을 앉힌다

천 년 전 앙코르와트에서

내 손이 바로 꽃이었다는 것을

나비는 어떻게 알아보았을까

그 해에 내가 말없이 그대를 떠났듯

내 몸 안에 사는 방랑자 하나

손 놓고 깊은 노을 속을 다시 떠난다

뜨겁고 무성하고 가난한 나라에서

뒤뜰로만 돌아다니는 노란 나비

흙으로 삭아가는 저 큰 돌까지

늙어 그늘진 내 과거였다니!

이제 무엇을 또 어쩌자고

노을은 날개를 접으면서

자꾸 내 잠을 깨우고 있는가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라는 천 년 전 유적지에서 시인은 영원의 시간을 느끼고 있다. 어쩌면 지금 앞에 날아와 앉는 나비 한 마리는 천 년의 시간을 살았고 천 년 전 꽃이었던 나의 손과 해후하고 다시 이별한다는 상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유적지에서의 저녁은 천 년 동안의 망각과 잠을 깨우고 깊은 시간을 불러내는 때이고, 그 깊은 시간을 느끼게 해 주는 때라는 것이다. 그윽한 시간의 깊이를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