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정 대

천장에도 지구가 있다면

내가 누워 바라보는 천장에도 지구

가 있다면

내가 몸을 뒤척일 때마다 천장의 지

구도 빙글빙글 돌고

상처 입은 연인들은 피 묻은 드레스

를 입고 여전히 사랑을 맹세할까

코피처럼 순결한, 오토바이처럼 열

렬한 길 위에서의 사랑

상처가 사랑이라면

상처투성이의 삶이 사랑이라면

죽기 전에 나, 누워서 사랑 하나 완성

할 수 있을까

몸을 뒤척일 때마다 내게서 떠나는

사랑

천장의 지구를 바라보다 눈감으면

내 안에서 지는 노을

지구에도 천장이 있다면

나 고요히 눈감고 노을이 될 테야

노을 속으로 번지는 곱디고운 단풍

이 될 테야

그대 상처의 저녁을 어루만지는 순

교하는 종소리

그 종소리를 따라 아득히 밀물지는

단 한 번의 어둠이 될 테야

지구의 그림자가 달에게 먹히는 천체현상이 월식이다. 시인은 영화적 상상력으로 시를 끌어가고 있다. 사랑은 뜨거운 열정과 함께 쓰라린 상처를 수반하는 속성이 있다. 지구와 달의 사랑도 열렬한 사랑 끝에는 먹히고 마는 상처를 안게 된다는 천체의 속성을 빌어 아무리 뜨거운 인간의 사랑도 끝내는 쓰러지고 상처를 남기게 된다는 것이다. 시인은 이러한 사랑의 아픔보다는 그 사랑이 얼마나 애절하고 아름다운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