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재 학

나무가 토해내는 모래의 잎들이 까칠까칠하다

전기톱날이 갈당갈당한 목이 아니라

이빨인 옹이에 박히면서

밀도살꾼 형제의 후회가 시작되었다

단단한 수피 속의 짐승은 음전했지만

톱밥이 순교하는 피처럼 허옇게 튀면서

빗줄기마저 우왕좌왕이다

겨우 몸통을 넘기니까 갑자기 조용하다

너무 이쁜 짐승을 잡았네 아우마저 심상해했다

무덤 주위가 정리되니까

소나무가 제 몽리면적을 포기했는지 앞이 잠깐 밝아졌지만

어딘가 깜깜해진 것도 알겠다

육신을 뺏긴 놈이 여기저기 똥을 눈 듯 송진 냄새가 진하다

사람의 안에만 짐승이 도사린 것은 아니라는 하루!

무덤 주변을 정리하면서 형제는 전기톱으로 소나무를 잘랐다. 흰 피를 토하며 쓰러진 소나무, 시인은 소나무를 짐승으로 지칭하며 인간의 오만함과 잔인함에 매질을 하고 있다. 소나무를 베어내어 경관이 훤해져야 하는데 시인의 눈은 도리어 깜깜해짐을 느끼는 까닭은 무엇일까. 잔인한 인간들이 저질러놓은 폭력 앞에서 시인은 앞이 깜깜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우주 만상으로 보면 소나무도 인간도 같은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