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하 림
날마다 세상에는 이런저런 일들이 일어나고
바람과 햇빛이 반복해서 지나가고
보이지 않게 시간들이 무량으로 흘러갑니다
그대는 시간 위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대에게 나는 지금 결정의 편지를 써야 합니다
결정의 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 없습니다
시간 위에 떠 있는 우리는 도무지 시간의 내용을
알 수 없으니 결정의 내용 또한 알 수 없는 일입니다
한 곳에 정주하지 못하는 마음이 잘 나타난 작품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오랫동안 같은 모습과 상태로 머물러 있지 못하다. 모든 것이 흐름 위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모두가 흘러가는 시간 위에 떠 있고 계속해서 흐른다는 것이다. 그러니 무엇을 결정지을 것이며 결정할 것인가. 무량하게 흘러가는 세월을 절감하게 해주는 시가 아닐 수 없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