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사드의 한국배치를 놓고 중국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사드 부지를 제공하기로 한 롯데그룹의 중국 내 사업장에 대해 정국 정부가 위생·소방점검과 세무조사에 나섰고, 한국 전세기 운항과 화장품 수입을 불허하는 등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중국은 “사드배치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핑계를 대지만 `눈가리고 아웅` 일뿐이다.

중국의 속셈을 적나라하게 까발린 것은 미국의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다. WSJ는 최근 한미 양국의 사드 한반도 배치 결정과 관련해 한국을 압박하는 중국의 태도를 사설을 통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 신문은 사설에서 “예정대로 (사드 배치를) 하지 못하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북한 공격에 더 취약해지고 이는 중국이 한국을 경제적으로 압박한 데 보답을 받는 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태도는 짜증스럽다(galling)”고 평한 뒤 “중국의 북한 지원이 한국에 더 나은 방위가 필요한 주요한 이유지만, 중국은 한국인들을 괴롭혀 (위협에) 노출된 상태로 남게 하기를 원한다”고 꼬집었다.

WSJ는 또 중국이 한반도 사드를 반대하는 이유로 가장 먼저 사드 레이더가 중국 북동부의 핵미사일 지대를 감시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점을 꼽았다. 이 때문에 중국은 사드 배치 가능성이 거론됐을 때부터 관영매체와 한중 정상회담 등을 통해 경고했는데도 박근혜 정부가 이를 감행하자 여러 조처에 나섰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사태를 수습해야 할 박근혜 정부가 탄핵정국에 휩싸여 수습할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결국 공은 다음 정부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재 대권후보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드와 관련해 명확한 해법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여 걱정이다. 문 전 대표는 그동안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이 졸속 일방적이었으니 차기 정부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10월에는 탄핵 위기를 맞은 박근혜 정부는 사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으니 차기 정부에서 미국과 재협상하겠다는 의도를 보였고, 올해 초부터는 `현실적 한계`를 언급하며 “뒤집기는 쉽지않을 것”이라며 사드배치를 옹호하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대선을 앞둔 정치인이라는 입장을 생각하면 일견 이해가 간다. 자신의 정책을 분명하게 밝히고 거기에 대해서 국민적 평가를 받기보다 여론의 추이가 어떻게 되는지, 중도나 보수 표를 가지고 올 수 있는 정치적 수사나 표현이 어떤 것인지를 고민하다가 “애매모호하게 하자”고 결론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안보위기에 처한 나라의 대통령 후보로서 전략적 모호성을 선택하는 것은 무척 실망스렵다. 안보문제는 여러 사람의 뜻을 모으는 일보다 결단이 중요하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탐험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자신의 공로를 시기한 사람들에게 냈다는 `달걀 세우기` 퀴즈의 해답은 달걀 모서리를 깨서 세우는 `발상의 전환`이 해답이었다. 그런 점에서 사드 배치는 `콜럼버스의 달걀`과 유사한 문제다.

한걸음 물러나 생각해보자. 사드 한국배치는 아시아 재균형 정책으로 오바마 정부가 더이상 중국과 러시아의 태평양 확산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선택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정치적·경제적 강자인 중국을 마냥 좋은 말로 달래려 해선 해법이 없다. 오히려 중국에 북핵폐기와 미사일 개발동결조치 등에 앞장서서 해결해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그러면 한반도 사드는 언제라도 철수하겠다고 제안하자. 그럴 경우 우리가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명분이 될 수 있다. 반면에 대선후보 지지도 2위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사드 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명확하다. 반 전 총장은 “경제, 사회 등의 정책들은 하다 안 되면 바꿀 수 있지만 안보는 한 번 놓치면 끝”이라고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또 “(사드문제는) 얼마든지 외교로 관계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한·중·미 3국이 얽힌 3차 방정식을 풀어야 할 지금, 많은 이들의 지혜가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