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윤 천

조기로 유명한 법성포 바닷가에 유영하는 한 쌍의 조기떼처럼 걸어오는 어린 연인들을 바라보며 시인은 새삼 삶이 가슴에 사무침을 느끼고 있다. 어쩌면 우리네 한 생이 비릿하고도 반짝이던 비늘의 시간과도 같은 한 순간들을 지나 세상이라는 거친 바다로 유영해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펼쳐보이고 있는 것이다. 사는게 다 그런거라고, 우리도 다 그리 거친 세상이라는 바다를 유영해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가슴 한 구석이 젖어듦을 느끼는 아침이다.

<시인>

법성포가 가까워지자, 저만치서, 한 쌍의 물고기를 닮아 있던 흔들림이 유영처럼 다가온다. 멀리서 보일 때는 어쩜 조기 머리 같기도 하던 그림자가 자그맣게 글썽였는데, 지나칠 때 보니까 그게 아니다. 돌아서 손잡고 걸어왔는지, 소녀의 볼우물 언저리엔 엷은 분홍물도 배어 있다.

법성포 바다의 어느 조기 한 쌍들도 저렇게 먼 바다 건너왔을까 생각하면, 종고(綜高)의 하굣길을 나서 흩어지던 법성포의 아이들도 한바탕의 조기 떼처럼 풀려 있다. 그때까지도 어깨를 나란히 겯던 한 쌍의 조기 닮은 발걸음이 마을 쪽으로 이내 멀어지고 나면,

이제 막, 비릿하고도 반짝이던 비늘의 시간과도 같은 한순간이 스치고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