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동 현
육십 리 들길 돌아
단숨에 와 닿던
이십대의 나를 본다
천곡사 돌아 나가는
바람처럼
해 물리던 시절의
나를 본다
사십 해 전 전이었던가
그때 그 겨울밤에도
별빛은 하얗게 쏟아지고
바람은 무섭게 일고 있었다
시인은 쏜살 같이 지나가버리는 세월의 한 자락을 들춰 당차고 강강했던 청춘의 시간들을 꺼내보고 있다. 의욕과 열정이 넘쳐났던 아름다운 생명의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어쩌랴. 이제 천곡사 돌아나가는 바람처럼 세월은 흘러 중년의 때를 지나 짧디 짧은 한 생의 하향곡선을 그리며 낡아가고 있는 자신을 들여다 본다. 긴 긴 겨울밤 자신의 시간들을 돌아보며 성찰하는 시인의 깊은 마음을 따라가 본다. 이게 인생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