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정 애

흰 고무신 한 켤레

나란히 벗어놓고

풍덩

뛰어들고 싶은

빠져죽어도 여한 없을

원도 한도 없을

저 하늘

장대로 쿡 찔러 본다

닿지 않는다 너무 깊고 높다

눈 새파랗게 뜬

국화 옆에서

눈이 시려서 울고

서러워서 울었다

시월 말 청명하늘을 바라보며 시인은 그 맑고 깊은 가을하늘에 풍덩 빠져들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어디 시인에게만 생기는 감정일까. 푸르고 깊은 상강 무렵의 가을 하늘 아래는 국화가 피어 있고 시인은 올려다보는 깊은 하늘에 눈이 시려 울고, 머리 위의 하늘 한 번 올려다보지 못하고 살아온 힘겹고 아픈 한 생이 서러워서 울고 싶다는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고개 젖혀 푸르디 푸른, 깊은 하늘 한 번 올려다보고 싶은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