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소아과의원들
“수가 낮다” 취소 늘어
“건강검진 독촉 말아달라”
복지부, 유치원 등에 당부

▲ 최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다음달부터 영유아검진을 하지 않겠다고 한 소아과의원이 900여개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DB

`소아청소년과 사정으로 내년 1~2월 영유아검진을 실시하지 않습니다`

생후 25개월 된 딸을 둔 주부 손모(27·북구 두호동)씨는 지난주 평소 다니던 병원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영유아검진 미실시 안내를 통보받았다. 급한 마음에 이달 내로 검진을 받고자 병원에 전화를 걸었지만 `예약이 거의 찼다`는 얘기를 들었다. 다른 소아과의원에 연락을 취했지만 1월까지는 예약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내년 1월부터 영유아 건강검진을 하지 않겠다는 동네 소아과의원이 늘면서 검진을 앞둔 아이를 둔 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다음달부터 영유아검진을 하지 않겠다고 한 소아과의원이 900여개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보건복지부 역시 전국에서 영유아검진을 담당하는 기관 4천여곳 가운데 400여곳이 검진기관 취소 신청을 마쳤다고 지난 6일 밝혔다.

국사검진 사업 중의 하나인 영유아검진은 생후 4개월부터 71개월까지의 영유아를 대상으로 총 7차례에 걸쳐 시기별 검사를 시행한다.

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영유아검진 1회당 1만원에 불과한 낮은 수가 등을 이유로 집단행동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영유아검진에 걸리는 시간이 20~40분으로 오래 걸리는데 시간과 인력 투입 대비 수가가 낮다고 주장했다.

이후 포항지역에서도 영유아검진 미실시를 선언하는 의료기관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이를 둔 부모들은 가뜩이나 소아과 진료 취약 지역으로 불리는 열악한 여건 속에서 소아과의원들의 영유아검진 미실시 동참을 두고 불만을 내비쳤다.

주부 김모(35)씨는 “솔직히 병원에서 해주는 건 아이의 머리둘레나 키, 체중 등을 재고 시력 검사하는 게 전부인데다 거의 5분 내로 끝난다”면서 “요즘엔 엄마들이 직접 온라인으로 문진표까지 작성하고 입력까지 해가는데 병원은 시간 많이 잡아먹고 돈 안 된다고 진료를 하지 않는 건 납득이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동네 소아과의원들이 영유아검진을 거부하는 사태가 이어지자 보건복지부는 13일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아이들의 건강검진 결과 통보서 제출을 독촉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며 나섰다.

복지부는 지난 12일 시·도 교육청 등에 협조공문을 발송하고 건강검진 결과 통보서 미제출 등을 이유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입소 및 재원에 불이익을 주지 말라고 강조했다. 일부 소아과의원들이 내년 1월부터 영유아검진을 하지 않겠다고 예고한 상황에서 검진결과를 제때 제출하지 못하면 불이익을 당하는 게 아니냐는 부모들의 우려를 덜어주기 위한 조치이다.

이에 따라 영유아 검진결과는 시기와 관계없이 연중 어느 때나 연 1회 이상 어린이집, 유치원에 제출하면 된다.

아울러 복지부는 “관련 전문가 및 이해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 별도의 연구용역 등을 실시해 향후 영유아 건강검진 제도 및 건강보험공단의 검진기관 현지확인 등에 대한 개선방안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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