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주<br /><br />한동대 교수
▲ 김학주 한동대 교수

트럼프 당선 이후 증시에서 채권기피현상이 뚜렷하다. 트럼프는 노골적으로 자금을 채권에서 실물 또는 주식시장으로 옮기려 한다. 주식시장에서도 “채권 같은 주식은 일단 피해야 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이 나돌고 있다. 그 채권 같은 주식이 배당주이다.

그러나 배당주는 대세가 될 수밖에 없다. 인구의 노령화가 그렇게 만든다. 노인들은 안전자산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재산을 한 번 잃으면 회복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진입장벽이 높고, 경쟁력이 강해 이익이 안정적인 기업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 또한 그들은 근로소득이 없으므로 정기적인 배당이 필요하다. 이렇게 안정적으로 배당 가능한 이익을 만들 수 있고, 또한 높은 배당성향(배당액/이익)을 유지하는 것이 노인들이 원하는 배당주의 조건이다.

그런데 노인들의 배당주 매수는 이제 시작이다. 세계적으로 베이비부머(baby boomer) 세대의 상징을 1960년생으로 본다. 그들의 나이가 57세 전후이다. 이제 늙기 시작하는 셈이고 향후 20~30년간 줄기차게 배당주를 사게 될 것이다.

단, 세계적으로 배당이 감소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특별배당이 줄어들며 작년보다 배당이 7% 감소했다. 기업들의 이익이 줄어드는 부분도 있지만 배당성향도 하락한다. 먼저 세계공조가 깨지는 분위기에서 무슨 위험이 생길지 모르는 불안감이 있다. 또한 그동안 초저금리로 인해 싼 자금, 즉 부채를 통한 자금조달을 늘려 왔다. 반면 자사주를 매입 소각하고, 배당금을 늘리며 자기자본 규모를 줄이는 것이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편이었는데 이제 금리 상승 기대 속에 그 흐름이 바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배당을 꾸준히 줄 수만 있다면 주가 프리미엄은 크게 확대될 것이다. 한국전력을 예로 들어보자. 최근 한국전력의 주가는 급락했다. 야권이 차기정권을 차지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기대 속에 민생을 중시하는 그들이 가정용 전기요금을 낮출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한국전력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현재 12.5%에 이른다. 이 정도면 주가가 주당순자산의 2배는 되어야 적당하다. 그러나 0.4배에 불과하다. 즉 이익이 감소할 것이라는 기대가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어 있다. 오히려 주가가 과도하게 할인(discount)되어 있다고 판단된다.

그동안 한국전력의 이익이 개선된 이유는 첫째, 천연가스를 비롯한 발전연료의 가격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둘째, 한국의 산업이 침체되어 전기가 부족하지 않게 되고, 비싼 첨두 발전(extra generation)의 부담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익개선 요인은 훼손되지 않았다.

그동안 국가 자원이 부족해 전기를 아껴왔던 가계의 전기료 누진제를 완화하고, 그들의 전기료를 인하해 주는 것은 마땅하다. 그런데 국내 전기료 사용량 중 가정용은 15%에 불과하다. 나머지 85%는 산업용이다. 즉 가정용 전기료를 인하해도 한국전력의 이익 감소는 시장이 우려하는 만큼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다. 산업용 전기료는 이미 세계에서 가장 낮다. 특히 이는 재벌을 위한 것이다. 차기 정권이 재벌에게 우호적일 것 같지는 않다.

한국의 정부 재정은 악화되고 있다. 기업들로부터 법인세 수입은 줄고 있는 반면 인구노령화 추세가 빨라지며 민생을 위한 지출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정부지분이 50%이상인 공기업이다. 따라서 정부가 재벌에게 전기료를 인하해 주기보다는 공기업인 한국전력에 이익을 몰아주고, 배당성향을 높여 부족한 정부재정을 확충하려 할 것이다. 이런 정부와 이해를 함께 하는 것은 나쁜 선택이 아닐 것이다.

결국 한국전력은 시장의 우려와 달리 장기적으로, 그리고 안정적으로 배당을 줄 수 있는 이익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독점사업을 영위한다. 이런 기업에 대한 노인들의 투자의존도가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인기를 잃은 말기 정권이 대선 전에 국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하여 전기료를 깎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우려가 지나쳐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