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곤<br /><br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대한민국이 온통 불신과 분열의 덫에서 좀처럼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아니 좀 더 엄밀하게 말하면 깊이를 알 수 없는 블랙홀로 점점 빨려 들어가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한지도 모르겠다. 집권세력은 권력과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이해관계로 점점 기울어가는 나라의 운명을 송두리째 흔들어 대고 있다. 대한민국이 1945년 자유 독립국가로 거듭 태어난 후 국내·외적인 위기는 수차례 있었지만, 현재 우리 국민들이 처해 있는 모습은 분노와 울분에서 오는 정신적 박탈감으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000년 역사 속에서 900여 차례의 외침을 극복하며, 당당히 일어선 슬기롭고, 지혜로운 민족이다. 정치와 경제, 문화까지 꽁꽁 얼어붙게 만드는 이번 사태 역시 합리적이고 현명한 방법으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가져 본다.

이러한 국가적 위기에 직면 할수록 문화 활동을 통한 정신적 여유로움이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에서 오는 새로운 문화적 경험과 사고 전환이 만들어 내는 생활양식의 변화는 삭막해지는 정신세계를 부드럽게 만드는 윤활유 역할을 할 것이다.

최근 대구전시컨벤션센터(EXCO)에서는 올해로 아홉 번째를 맞는 `대구아트스퀘어`가 개최되어 미술애호가들과 일반인들로 부터 깊은 관심을 모았다. 국제경쟁력을 갖춘 특화된 아트페어 육성과 지역의 젊은 미술문화를 통한 청년도시 이미지를 제고하고 브랜드화를 마련함으로써 지역민들이 즐기고 참여하는 문화행사로 발전시켜 나가자는 취지로 마련된 이번 행사는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대구에서 개최된 `대구사진비엔날레`와 `대구국제뮤지컬 페스티벌`, `대구 국제오페라 축제`와 함께 문화도시 대구의 대표적인 문화·예술축제로 새롭게 자리매김을 했다는 평가다. 수도권 이남에서는 가장 많은 미술인과 미술애호가, 전문화랑, 미술대학 등 풍부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대구에서 마련된 이번 축제는 아름다운 문화예술 도시로 성장해 나가기 위한 새롭고 신선한 성장의 발판이 될 것이다.

세계 9개국 103개 화랑들이 참여한 `대구아트페어`는 700여 명의 참여 작가와 5천여 점의 작품들을 통해 동시대 미술의 현주소와 근대작가 작품들을 통해 미술의 역사를 살펴보는 교육의 장이 되기도 한다. 근·현대 작가들의 숨결이 느껴 볼 수 있는 `드로잉 특별전`과 일본 젊은 예술가들의 예술혼을 느껴 볼 수 있는 `레드닷V 크로스-미디어 콜라보레이션`은 꼭 한번 챙겨 봐야 하는 특별전이었다. 세계청년미술가들의 실험적이고 도전적 미의식을 엿볼 수 있었던 `청년미술프로젝트-New Visual Culture`는 작가를 표현하는 수단이며, 사회를 고발하는 눈이기도 하고 때로는 미래를 꿈꾸는 생각의 도구와 새로운 소통의 채널이 되려는 현대미술을 살펴보는 실험무대였다. 미완의 건강함이 되는 아름다움은 완숙한 미의식이 주는 평온함보다 깊은 감동을 전달해 주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서울 등 다채로운 문화적 배경과 장르의 다양성에서 오는 작품들을 하나의 전시공간속에서 감상해 보는 재미 또한 이번 `2016대구아트스퀘어`를 즐기는 색다른 즐거움이었을 것이다.

가족들과 함께 도심 속에 세계의 유명 미술관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2016 대구아트 스퀘어`에서 멋진 가을 나들이를 즐겨보는 여유를 선물받은 이들에겐, 그 감흥이 오래 기억 속에 자리잡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