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 정조대왕의 문체반정(文體反正)때문에 연암 박지원 등이 시도했던`문장혁명`이 좌절됐다. “고문체로 된 글 몇 편을 써오면, 벼슬을 내리겠다” 정조가 연암에게 한 이 말이 문체반정의 신호탄이었다. 당시 서얼 출신들 중심의 글꾼 모임인 `백탑파`는 종래의 `고문체`에 신물이 났다. 운율을 맞춰야 하고 고상한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 그런 글로는 사물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마침 그때 중국에서 소설(小說)이 들어왔다. 백탑파들은 쾌재를 올렸다. “바로 이런 문장이다!” `운문`에서 `산문`으로의 문체혁명이 그렇게 태동했지만 정조는 “품격 없는 글이 인성을 해친다” 했다.

트럼프 후보의 당선은 지식인·오피니언 리더들이 전혀 예상 못한 결과였다. 그의 말은 품위도 없고, 고상하지도 않고, 멋대가리도 없었다. 막말 비속어가 난무했다. “중국이 더 이상 미국을 강간하지 못하게 하겠다” “힐러리의 눈에 피가 흐를 것입니다. 이 여자가 피 흘리는 곳이 눈 뿐일까요” 이런 시정잡배 같은 말투를 보고 지식인들은 일찍 “저 사람 틀렸다” 했고, 언론사들은 일제히 등을 돌렸다. 그러나 직업 없는 서민 대중들은 “속이 시원하다”면서 몰표를 주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뉴욕시립대 폴 크루그먼 교수는 `우리가 모르는 국가`란 제목의 글을 뉴욕타임스에 기고했다. 자기 나라 미국을 `알지 못하는 나라`라 지칭한 것이다. “확실히 자격 미달이고, 기질이 불안하고, 위태위태한 데다 황당하기까지 한 후보를 우리 미국인이 선택할 리 없다고 우리는 믿었지만, 그 생각은 틀렸다. 제 눈에는 미국이 실패한 나라로 보인다. 충분히…”

지식인들의 생각과 대중의 생각이 이렇게 다르다. 선거제도를 가진 국가들은 바로 이 `서민대중의 표`에 의해 다스려진다.

말에는 `귀에 바로 들어오는` 말이 있고 `머리속에 잠시 굴려야 이해되는 `말이 있다. 트럼프는 `맞보기 언어`로 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어린이도 알아 들을 말을 할 줄 아는 것이 `말 잘하는 기술`이다.

/서동훈(칼럼니스트)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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