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주<br /><br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

삼성전자는 결국 갤럭시 노트7을 포기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로 인해 연간 영업이익이 3조원 감소하고, 이는 기업가치를 10%가량 파괴하는 것이므로 최근의 주가 하락은 충격을 충분히 반영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을 것이다.

삼성전자는 고기능 하드웨어 업체이나 애플과 같은 소프트웨어 업체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빨리 하드웨어의 차별적 기능을 개발해 그들보다 먼저 시장을 장악해야 한다. 그 만큼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에 비해 제품을 차별화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번에도 삼성전자는 서둘러서 홍체인식을 포함한 차별적 기능을 욕심스럽게 담아 애플이 신제품을 내기 전 서둘러 갤럭시 노트7을 출시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견됐다. 충분한 조사 없이 배터리 업체를 비난했다. 삼성전자가 신제품 보급에 얼마나 급했는지 말해주는 대목이다.

결국 문제를 찾지 못했고, 신제품을 접었다. 여기서 소비자들은 삼성전자에게 질문할 것이다. “어떻게 해법을 모르면서 제품을 디자인했는가? 다음 신제품을 내 놓는다 해도 우리가 어떻게 믿을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역시 소프트웨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한계가 있어. 이번 문제의 해법을 못 찾은 것도 하드웨어만을 갖고 있는 업체의 한계일 수 있어”.

스마트 기기는 점점 진화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가려운 데를 긁어주기 위한 새로운 기능들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만일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해 새로운 차별적 기능 개발에 장애를 겪는다면 치명적인 문제가 될 것이다.

어쩌면 하드웨어 그 자체가 이제부터는 어려워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급속충전을 할 수는 있지만 배터리의 수명이 급격히 감소한다. 결국 해법이 못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에서 다양한 기능을 신속히 처리하게 할 때 기계가 갖는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어찌되었건 하드웨어가 갖는 장벽들이다.

삼성전자는 왜 하드웨어에서 불리한 싸움을 계속하는 것일까? “처자식을 빼고는 모두 바꾸라”는 이건희 회장의 주문은 옛말이 된 것인가. 손에 쥔 것을 버리는 것은 힘든 결정이다. 그러나 버려야 새 것을 잡을 수 있다.

지금 유럽이 휘청거리고 있다. 맹주인 독일도 폭스바겐, 도이치 증권 사태로 신음하고 있다. 독일과 일본은 2차 세계대전에서 졌지만 전쟁 중에 소재, 정밀기계 등의 기술을 얻었다. 목숨을 내 놓은 전쟁 속에서 갈고 닦은 기술은 그 깊이가 대단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전쟁 후 제조업의 꽃을 피웠다. 문제는 아직도 그것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1인당 GDP가 3만불을 훌쩍 뛰어 넘는 나라가 제조업에 매달린다. 마치 어른이 아이들의 막대사탕을 빨고 있는 모습이다.

2000년대초 이후 인류가 저성장으로 접어 들면서 제조업은 위력을 잃었고, 이제는 서비스업의 시녀가 되어 간다. 독일, 일본은 선진국답게 인류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하고, 그 쪽으로 부가가치의 중심을 옮겼어야 했다. 그러나 전쟁의 유산을 버리지 못하고, 마른 수건을 짜듯 그 안에서 생존을 도모하다가 패퇴해 가고 있다.

금융도 마찬가지다. 유럽은 아직도 은행 중심이다. 제조업에 어울리는 금융이다. 그러나 저성장으로 인해 장단기금리차가 소멸되면서 은행들의 수익원이 사라졌다. 반면 미국은 신성장동력이 되는 지식산업에서 많은 창조를 만들었고, 금융도 유연하다. 부가가치가 미국으로 갈 것이다. 달러를 사야 하는 이유이다.

삼성전자 사태를 보며 한국의 젊은이들은 느껴야 한다. 되는 싸움을 해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는 더 이상 도움이 안 되는 것을 과감히 버릴 줄 알아야 한다. 조국을 하드웨어의 굴레에서 구출해야 하는 사명이 그들 어깨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