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 전 전북 이리역에서 대형 폭발사고가 났다. 역 주변에 살던 사람들 상당수가 `정신적 상해`를 입었다. 폭음에 놀란 가슴이어서 강하고 큰 소리만 들리면 자지러지게 놀라 가슴이 뛰고 기절까지 한다. 이것을 트라우마라 부르는데 지금 상당수의 경주 시민들이 `지진 트라우마`에 걸려 있다. 가만히 누워 있어도 집이 흔들리는 것 같고 주변 공사장에서 들리는 기계소리와 화물차 엔진소리에 몸이 움츠러든다. 헬기소리에 가슴이 벌렁거리고 바람에 창문이 덜컹거려도 놀란다. 덕분에 약국은 재미를 본다. 우황청심환과 두통약은 평소보다 4~5배나 더 팔리고 수면제와 신경안정제를 사는 사람이 많다.

진앙지 주민들의 증세는 더 심하다. 잠을 달게 못 자고 자다가 갑짜기 마당으로 뛰어나가는 환자도 있다. 불국사초등학교 학생들은 교실이 무서워서 운동장에 퍼질고 앉아 점심을 먹었다. 위험물질을 취급하는 중화학업체가 많은 울산 시민들은 유독물질이 터질까봐 전전긍긍이다. 학생 수학여행으로 먹고 사는 숙박업소도 된서리를 맞았다. 경주 수학여행을 계획했던 학교들이 줄줄이 예약을 취소한다.

60년 전 어느 추석날 `사라호`라는 지독한 태풍이 왔다. “명절날 죽는구나. 음식 남기지 말고 다 먹자. 먹고 죽은 귀신 때깔도 좋다더라”그랬던 일이 있었는데 이번 추석도 경주 사람들은 “개 보름 쐬듯” 했다. 보름날에는 사람들이 나물만 먹기 때문에 개가 먹을 뼈다귀가 없어 그런 속담이 생겼다.

설상가상이란 이런 경우를 두고 한 말일 터. 그런 겹친 재앙을 만난 경주시민들을 더 괴롭히는 자들이 있다. `지진 유언비어`를 만들어내는 불순분자들이다.

일본에서 만든 자료라면서 9월 말쯤 규모 6.8 이상의 지진이 한반도를 강타한다는 것이다. 지진관측도까지 그럴듯하게 제시하고 있다. 지진은 예측이 어렵고 한반도 전역은 암반층이 두껍고 석질이 단단해서 6  이상의 지진은 어렵다는 것을 다 알고 있지만 그런 소리를 들으면 놀란 가슴이 더 놀라게 된다. 국민불안을 조장하는 자들이 누구겠는가.

/서동훈(칼럼니스트)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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