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성인, 시성, 악성으로 불러주는 `역사적 성인`도 있고, 심사를 거쳐 복자·성자 지위를 부여하는 `제도적 성인`도 있다. 교황청은 4일 테레사 수녀의 시성식을 거행했다. 순교자들은 `성인 절차`가 비교적 간단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수백년의 심사를 거치기도 한다. 테레사 수녀는 순교자가 아니지만 선종 후 19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예외적인 고속 성인 추대다.

성인이 되려면 `2가지 이상의 기적`이 있어야 한다. 테레사 수녀의 경우, 한 인도 여성이 그녀에게 기도해 위암을 고쳤고, 한 브라질 남성은 뇌종양을 고쳤는데, 교황은 이를 기적으로 인정했다. 테레사 수녀는 노벨평화상을 받았고, 인도에 `사랑의 선교회`를 세워 극빈자 고아 등 사회적 약자를 돌봤는데, 이 선교회는 현재 130여개 국으로 확산됐다. 2개의 기적과 봉사일생이 그녀를 성인반열에 올렸다.

가톨릭의 성인추대 절차는 엄청 까다롭다. 교황청은 `신앙 촉구관`이란 조직을 운영해오고 있다. 이들은 성인 후보자의 결점을 찾아내는 임무를 맡는다. 후에 잘못이 드러나 “성인 추대 잘못했다”란 비난을 듣지 않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약점만 들춰내는 일을 한다 해서 `악마의 변호인`이란 오명까지 듣지만, 이들은 수십년 수백년이 걸리더라도 조사를 계속하고, `조금의 의심`만 있어도 제동을 건다. 테레사 수녀에 대해서는 `의심 사항`이 없어서 `무사통과`시켰다.

성인 한 명을 추존하는데 드는 비용이 75만 유로(약 10억원) 정도라 한다. 요한 바오로2세가 교황이었던 지난 30여 년간 교황청은 1천338명의 복자와 482명의 성인을 추존했으니, 얼핏 봐도 조 단위의 돈이 교황청에 유입됐는데, 그에 대한 근거 서류가 없다. 교황청의 재산관리에 대한 일은 베일에 싸여 있고, 심지어 바티칸은행이 마피아의 돈세탁에 연루됐다는 뉴스까지 나왔다. 프란치스코 현 교황은 지금 외로운 투쟁을 벌이고 있다. 교황청 비리를 다 파헤치겠다고 선언했다. 교황은 지금 기적 하나를 만들고 있는 것인가.

/서동훈(칼럼니스트)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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