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개화<br /><br />단국대 교수·교양학부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

얼마 전 TV를 시청하다가 한 방송사에서 청년들이 한국을 떠나는 것에 대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잠깐 보았다. 직장이 있는 미래를 찾아서 호주나 일본으로 떠나는 청년들에 대한 것이었다. 필자가 작년에 만났던 한 대학생도 처음에는 일 년짜리 어학연수를 미국으로 갔다가 지역 소재 대학에 편입했다. 이 학생은 필자에게 졸업 이후에는 인턴 경력을 쌓은 후 대학원에 진학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얻어서 미국에 정착하는 것이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말 한국의 많은 청년들은 한국에서 미래를 발견하지 못하는 것일까?

한국의 높은 청년 실업률은 청년들의 이런 선택에 대한 이유를 짐작케 한다. 올 3월초 정부가 발표한 청년 실업률은 12.5%로 1998년 이후 가장 높다고 한다. 실업률은 경제 활동 가능자 중에서 어떤 유형의 경제활동도 하지 않는 상태에 있는 사람의 비율을 말한다. 청년 실업률이 12.5%라는 것은 취업 외에도 아르바이트, 재학, 군 입대 등의 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 청년들이 100명 중 12.5명이라는 말이다. `청년 실업`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필자도 몇 번 말하곤 했지만, 통계는 이 문제가 매우 심각함을 잘 보여준다.

필자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교육하다 보니 학생들의 미래에 대해서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 항상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학생들에게 말한다. 하지만 긍정할 현실과 적극적으로 행동할 목표가 있을 때 이런 조언도 학생들의 마음에 와 닿을 것이다. 많은 학생들은 대학을 졸업한 후 인턴이나 계약직으로 첫 직장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그마저도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학생들과 대화를 해보면, 취업에 대한 준비를 잘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9급이나 7급 공무원 시험이나 임용 고시 준비를 하는 학생들은 그나마 목표를 갖고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편이다. 어떤 학생들은 자영업을 할 계획을 갖고 있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아예 공장에 고졸자로 취업을 하려는 경우도 있다. 전공 특성상 좋은 직장을 갖기 위해서는 대학원을 가야하고, 그런 경우라도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경우에는 학생들은 고졸 자격으로 공장 취업을 선택하기도 한다.

더구나 오늘 신문 보도에 따르면, 9월 4일 국회입법조사처가 세계 상위 소득 데이터베이스(WTID)와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2년 기준 우리나라의 상위 10% 소득집중도는 44.9%로 나타났다고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전인 1995년에만 해도 상위 10%의 소득집중도가 29.2%였지만, 2008년 43.4%, 그리고 2012년 44.9%까지 올랐다.

높은 청년 실업률과 상위 10%의 높은 소득집중률은 한국에서의 빈부 갈등이 세대 갈등으로 표출되는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 청년들의 입장에서 보면 중, 장년층들이 부를 독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헬 조선`이나 `이번 생은 망했다`느니 하는 표현들은 이런 현실에 대한 청년들의 부정적인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다.

일부 적극적인 청년들은 외국으로 이주해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으려고 한다. 과거에는 미국이 주된 이주 지역이었지만,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 사태 이후 미국의 이민 정책은 매우 까다로워졌기 때문에 청년들에게 미국은 호락호락한 선택지가 아니다. 일본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보다 대학 졸업자의 취업률이 높기 때문에, 최근에는 일본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 졸업자나 유학생들도 있다.

필자는 청년들이 유학하는 나라에서 직업을 구하거나, 아니면 한국에서 대학 졸업 후 외국에서 좋은 직장을 구하는 것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자기의 미래를 발견하고 인생의 목표를 세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곳이라면 능력껏 가는 것이 좋다. 하지만, 청년들이 한국에서는 직장을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외국으로 가는 것이라면 그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좀 더 청년들에게 미래를 보여줄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