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초 대구시 감사에서 도면 없이 원가를 계산하고 시공사가 불법 하도급을 하는 등 총체적 부실이 지적됐던 대구도시철도공사의 스크린도어(PSD) 사업이 또 다시 부실시공 의혹에 빠졌다. (사)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은 성명을 통해 대구도시철도공사 PSD 시공 과정에서 시방서에 규정된 제품과 다른 제품을 사용하는 등 도시철도 2호선 12개 역사에서 안전 신뢰성에 중대결함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안실련에 따르면, 대구도시철도공사에 승인받은 PSD 구조체분야 기초공사 시공계획서에는 H사 제품으로 명시되어 있고, 제조사의 품질을 만족하기 위해 제조사의 시공기준을 적용해 시공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도시철도 2호선 12개 역사의 PSD 설치 구조물(H빔)을 고정해주는 케미컬 앙카볼트(상·하부)공사에서 정품인 H사 제품이 아니라 안전성이 떨어지는 D사 제품이 대부분 사용됐다는 것이다.

특히, 시공사가 시방서 규격기준에 명시된 정품(H사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서류를 허위로 작성했는데도 대구도시철도공사가 이를 승인한 것은 의혹의 깊이를 더하게 한다. 앙카볼트는 PSD를 설치하는 구조물(H빔)을 견고하게 지지하는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지지 고정력이 약할 경우 전동차 운행 시 진동과 터널 내 기류변화에 구조물(H빔)의 흔들림 등으로 제어시스템과 센서 오동작 또는 고장의 원인이 되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안실련 관계자는 “구조물 앙카볼트 안전성 시험결과도 믿을 수가 없다”며 “1호선 2개역(대구역, 칠성시장역), 2호선 2개역(이곡역, 죽전역)을 선정해 검증을 실시하고 안전성 결함 발견 시는 설치된 전 역사를 대상으로 전수조사 형태의 안전신뢰성 검증을 실시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구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시공계획서에 규정된 H사 제품과 다른 D사 제품이 일부 시공된 것을 확인했다”고 문제점을 시인하고 있다.

대구도시철도공사는 행정자치부 주관 `2016년도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에서 도시철도분야 1위에 선정된 모범기관이다. 지방공기업 정책환경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해 경영과 안전관리 효율화, 고객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개선에 집중 노력한 것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런 대구도시철도공사가 시민의 안전을 확실하게 담보해야 할 시설공사에서 부실 관리행태가 거듭 발견되는 것은 심각한 병폐가 아닐 수 없다.

도시철도는 일 년 열두 달 쉼 없이 가장 많은 시민들의 이동을 담당하는 운송수단이다. 여차할 경우 작은 사고로도 대형 참사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그런 막중한 시설의 공사에서 부실이 발견되거나, 의혹이 거듭 제기되는 것은 결코 방치할 수 없는 중대사다. 관계자들의 대오각성과 철두철미한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