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전기료 고지서를 받는 집 마다 기함(氣陷)을 한다. 누진제라는 `지뢰`를 밟은 가정들이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한다. 전번 달보다 전기사용량은 1.8배 늘었는데 요금은 4배나 많이 나왔다. 더 큰 걱정은 9월에 나올 전기료다. 8월의 사용량이 7월보다 15% 정도 늘어났으니 `전기료 폭탄`은 엄청날 것이다.

정부가 깎아주기로 한 금액은 많아야 4만여원, `생색용`이다. 한 네티즌은 “가정용 전기료가 일반 점포보다 너무 비싸다. 26만원 나왔는데 회사는 집보다 갑절이나 더 쓰고도 22만원이다. 가정은 완전 봉이다”고 했다.

정부는 “국내 전기요금이 외국보다 싸니 참아라” 하지만 그것도 거짓말이다. 한 네트즌이 인터넷에 올린 `미국 메릴랜드주 한 가정의 전기요금 고지서`를 보면 이 가정은 지난 달에 923kwh를 사용해 121달러(약 13만5천원)의 요금이 나왔는데 이 사용량을 한국에 적용하면 44만1천여원이 된다. 7~9월 한시적 할인혜택이 적용돼도 대동소이하다. `누진제의 함정`이 무서워 서민층 노인과 아이들은 연옥같은 여름을 보냈다. 그러고도 전기료 폭탄을 걱정해야 한다. 그러나 가정을 봉으로 잡아 한전은 돈잔치를 벌인다. 실로`별유천지비인간`이다.

한전은 올해 상반기 6조3천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국회가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이렇게 번 돈을 흥청망청 해외연수에 사용했다. 2억4천만원을 스탠퍼드대 교수 3명의 강연료로 지출했다. 교수 1명 당 2시간 강의에 1천600만원을 준 것이다.

또 구글 등 IT기업 6곳을 견학했는데 `견학 섭외비`로 8천만원을 주었다고 한다. 견학할 곳을 섭외하는데도 돈이 든다는 소리는 평생에 처음 듣는다. 구글 측은 “회사 방문자에게 돈을 받은 적은 없고, 브리핑을 해주는 대가도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돈은 어디로 샌 것인가. 감사원이나 국회가 정밀 조사를 해봐야 할 일이다. 가난한 서민들을 불가마 속에 몰아넣고 돈잔치 벌이는 한전의 후안무치를 그냥 둘 수 없다.

/서동훈(칼럼니스트)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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