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선애<br /><br />대구가톨릭대 교수·한국어문학부
▲ 임선애 대구가톨릭대 교수·한국어문학부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들려오는 올림픽 소식들이 여름의 무더위도 거뜬히 견딜 수 있게 해주었는데, 어느새 끝이 나니 아쉬움이 가득하다. 올림픽은 4년마다 열리기 때문에 4년 동안의 노력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대부분의 참가 선수들이 자신들의 유년과 청춘을 고스란히 녹여낸 행사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다. 메달 획득에 상관없이 참가 선수들과 관계자들의 열정적인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올림픽은 스포츠를 통해 세계 평화를 추구하는 목적을 지니기 때문에, 참가 선수들은 승패에 개의치 않고 좋은 경기를 보여주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 한다. 올림픽 기간 동안 올림픽 정신을 위반해서 강제 출국을 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더 많은 이유도 선한 목적을 지닌 올림픽 정신이 있기 때문이다.

여자 5천m 예선전에서 미국 선수인 애비 다고스티노는 경기 도중 뉴질랜드 선수인 니키 햄블린과 뒤엉켜 넘어지면서 큰 부상을 입었지만, 햄블린을 격려하며 남은 경기를 함께 완주했다. 이들은 `올림픽 정신`의 진수를 보여주는 감동 휴먼스토리를 남겼다. 미국의 남자 육상선수 윌 클레이가 여자 허들 선수 퀸 해리슨에게, 중국의 남자 싱크로나이즈드 선수 친카이가 여자 수영선수 허쯔에게 결혼 프러포즈를 했다. 이들은 올림픽 경기장을 일순간 핑크빛 모드로 바꾸는 깜짝 로맨틱 스토리를 만들어 냈다. 올림픽 경기가 승패에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니듯이 그 경기를 지켜보는 관람객의 자세도 자국 선수의 승패에 초연해야 하지만, TV를 통해 리우 올림픽을 관전하는 동안 이긴 경기에는 `역시`라는 생각을 하고, 패한 경기에는 `아쉬움`이라는 감정을 가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크다.

올림픽 경기에 출전하기 전 백종원의 3대천왕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그의 호탕하고 의연한 모습을 우리에게 먼저 보여 준 남자 사격부문 진종오 선수는 3연패 금메달을 획득하는 순간 우리는 `역시`라며 함성을 질렀다. N포스트는 그의 멘탈관리법을 분석하고 있는데, 그 내용이 그럴듯하고 흥미롭다. 첫째 `멘탈 리허설` 방법을 쓴다고 한다. 이 방법은 올림픽 통산 21개의 금메달을 따낸 미국 수영 선수 마이클 펠프스도 즐겨 쓰는 방법이라는데, 1분 단위로 따져가며 사소한 습관까지 철저하게 정해서 반복함으로써 돌발변수를 없애는 방식이다. 둘째, 지나간 세트에 연연하지 않고, 한 발 한 발에 최선을 다한다고 한다. 셋째, 분석증후군에 시달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성적이 저조한 이유가 자신에게 있다는 생각을 하면 성적이 더 저조해지는 현상이다. 빈틈없는 훈련과 자신에 대한 한 치의 흔들림 없는 강한 믿음이 그를 올림픽 영웅으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여자 배구와 여자 리듬체조 손연재 선수의 경기를 보면서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기대 만발했던 여자 배구의 경우 네덜란드와의 8강 진출 경기에서 승리를 기대했던 우리에게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배구 협회의 소극적인 지원으로 김연경은 팀의 에이스, 동료챙기기, 통역 등의 역할을 하느라 경기 집중도가 떨어졌다는 후일담이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손연재 선수가 메달을 놓친 일도 매우 아쉽다. 하지만 그녀가 해낸 4위는 러시아·동유럽 선수들의 전유물이라 할 만한 리듬체조의 뿌리 깊은 전통을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의미가 있다.

일본이 엘리트 스포츠 지원정책을 꾸준히 펼쳐서 이번 올림픽에서도 좋은 성과를 냈다고 한다. 리우 올림픽 이후 우리에게는, 올림픽은 물론이고 사회 전반의 정책을 기획할 때 좀더 멀리 내다보는 원시안이 필요함을 느낀다.